주주에 대표이사 서한 띄운 두산 3사

입력 2024-08-05 03:23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 성사를 위해 주주 설득에 나섰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는 개편을 추진 중이다.

4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 3사는 다음 달 25일 분할합병 안건을 다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표이사 명의로 주주들에게 보낼 서한을 공개했다.

두산 3사 대표들은 서한에서 각 사의 장기 성장성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두산밥캣 분할 등 사업을 재편하면 1조원 수준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이를 세계적 호황을 맞은 원전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전에 이어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영국 등에서 10기 내외의 신규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계획된 수주는 회사의 원자력 주기기 제작 용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어서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의 대형 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연 20기 규모의 소형모듈원전(SMR) 제작 시설을 확충하는 목표를 수립했다”고 전했다. 두산밥캣으로부터의 배당수익이 사라진다는 지적에 박 대표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투자 재원에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로봇 회사와 합병함으로써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무인·자동화 기술을 확보하고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합병을 통해 두산밥캣의 북미·유럽 시장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자율주행 로봇·무인 지게차 분야에 공동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을 낳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에 대한 설명도 담겼다.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이후 매출은 두산로보틱스의 100배를 넘으며 지난해 두산그룹 영업이익의 97%를 담당한 두산밥캣의 주식 1주가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교환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박 부회장은 “법에서도 상장법인 간 포괄적 주식교환 시 시가로 교환 비율을 산정하게 돼 있다”며 “양사의 교환가액이 올해 평균 주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이 과대평가 됐다는 지적에 대해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20%씩 성장하며 국제 협동로봇 시장 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면서 “미래 잠재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