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신용카드 고객 혜택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특정 신용카드 가입 고객에게 상품권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티메프 사태로 제휴 중인 상품권 발행사들이 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다. 상품권을 재테크 목적으로 대량으로 산 ‘상테크(상품권+재테크)’족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최근 ‘카드의 정석 디어 쇼퍼(Dear, Shopper)’와 ‘디어 트래블러(Dear, Traveler)’ 고객 혜택 선택지 중 하나인 호텔 외식이용권 공급을 중단했다. 해당 카드는 연회비 15만원의 프리미엄 카드로 1년에 한 번 1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카드 고객은 매년 한 번 JW메리어트 동대문과 63레스토랑, 제주 신화월드 등 전국 호텔 25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외식상품권을 포함해 네이버페이 10만점 등 4가지 혜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10만원 상당의 혜택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지가 축소됐다. 해당 카드 한 가입자는 “최근 신규 발급받은 카드인데 혜택을 써보기도 전에 축소된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혜택 축소는 우리카드에 상품권을 공급하는 업체가 현재 폐업 위기인 탓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상품권 발행업자가 티몬 입점 업체였다. 현재 정산을 받지 못해 부도 위기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상품권이 (당분간)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것 같아 고객에게 (공급 중단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티메프가 매출 부풀리기와 유동성 확보 용도로 상품권을 전략적으로 판매해온 것을 고려하면 우리카드 외에 상품권 혜택을 제공하는 다른 카드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티메프에서 상품권을 수백에서 수천만원어치 사들인 상테크족도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은 티메프에서 7%가량 싸게 산 상품권을 포인트로 바꿔 사용하거나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 이후 가맹점들이 상품권을 받지 않고 있고 발행사도 환불을 중단한 상태다. 해피머니는 지난달 30일 환불지연 공지를 내면서 “남아 있는 모든 판매정산금의 수령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들은 상품권은 환불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환불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상품권 핀(PIN) 번호가 소비자에게 전달된 경우에는 이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판매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여신업계의 주장이다. 사용하지 못한 상품권은 판매업자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PG사들은 여행상품도 판매절차가 완료돼 여행이 확정됐다면 여행사가 환불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상테크족은 경우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 절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30대 상테크 투자자는 “항공 마일리지를 모으려는 목적으로 2000만원어치 문화상품권을 샀다”며 “일부는 환불받았지만 아직 절반 이상이 묶여 있어 괴롭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에는 티메프에서 판매된 여행·숙박·항공권 관련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이날까지 4000건 넘게 접수됐다.
이광수 김준희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