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을 활용하는 사건·사고 프로그램 2편이 새롭게 방송을 시작한다. MBC에브리원 ‘히든아이’와 tvN ‘천개의 눈’이다. 두 프로그램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속의 사건·사고와 범죄 현장을 CCTV 영상을 활용해 자세히 파헤쳐보는 구성을 취한다.
오는 5일 첫 방송 되는 ‘히든아이’는 CCTV에 포착된 영상 속 사건들을 다루는 범죄 분석 코멘터리쇼로, CCTV뿐 아니라 현장 채증 카메라, 경찰 보디캠, 블랙박스를 소재로 다룬다. 권일용, 표창원 프로파일러와 이대우 현직 형사가 함께 출연해 분석의 전문성을 높였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범죄와 방화같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건들을 조명하며, 이런 범죄들이 벌어지는 이유와 사회적 맥락을 찾고 예방할 방안을 찾는 게 목표다.
‘천개의 눈’은 오는 26일 처음 공개된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사건·사고의 현장을 담고 있는 CCTV 영상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천개의 눈’은 사건·사고 현장을 전문가에게 분석 받길 원하는 시민들의 제보를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방송가엔 범죄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형태로 계속 등장해왔다. 미제사건 혹은 충격적인 사건의 뒷이야기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전달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의 성공 이후 비슷한 형태의 범죄 프로그램이 연이어 제작됐다. 이후 범죄 현장의 재구성 및 범죄자 심리 분석, 피해자의 어려움 조명 등으로 외연이 확장됐다. 최근엔 교통 전문 변호사가 교통사고 현장을 직접 분석해주는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가 인기를 끌면서 일상 속 범죄와 사건·사고에 주목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천개의 눈’을 연출한 성정은 PD는 4일 “사람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의 갈등과 다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억울하고 황당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대처 방안은 누구나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들이 계속 제작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송가의 흐름이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민들이 공권력을 불신하면서 자력구제에 관심이 커진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CCTV나 블랙박스 등은 아무나 손댈 수 없는 ‘침묵 속의 증인’이기 때문에 “믿을 건 CCTV밖에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지고 있다고 봤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공권력이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으니 프로그램 제보 등 사적 구제를 하고 싶어지는 거다. 최근 드라마 소재로 사적제재, 사적 구제가 많았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CCTV가 당사자뿐 아니라 제삼자의 사생활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는 건 문제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CCTV가 국내에 처음 설치될 때 사생활 침해 문제가 제기됐었다”며 “CCTV 영상이 TV 프로그램에 자주 노출됨으로써 이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건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