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유도복을 입은 여성 선수가 매트 위에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잠시 후 은은한 미소로 그를 위로한 건 다름 아닌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다. 동메달을 아쉽게 놓친 파란 유도복 선수는 상대를 일으켜 꼭 안는다. 경기장엔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이 장면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나온 최고의 기독교적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크리스천 선수들이 보여준 놀라운 이야기를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도 안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가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은 여자 유도 52㎏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나왔다. 브라질의 라리사 피멘타와 이탈리아의 오데테 주프리다는 순위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에 앞서 믿음의 동료였다. 주프리다는 브라질에 있는 동안 피멘타 덕분에 하나님을 알게 됐다. 피멘타는 지난달 28일 경기에서 친구를 꺾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포옹을 건넨 건 친구였다. 피멘타는 인터뷰에서 “경기 직후 친구는 나에게 일어나라고 했다. 왜냐하면 모든 영광과 존귀는 하나님께 돌려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남자 스케이트보드(스트리트) 대표인 코르다노 러셀은 중계 카메라에 기독교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달 29일 경기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를 소개할 때 그는 카메라 앞에서 “예수님은 왕이시다”라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가장 큰 감사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께 드린다”고 썼다. 미국 샌디에이고대 재학생이기도 한 그는 과거 학보 인터뷰에서 “기독교 교육이 까다로운 프로 세계에서 탁월해지는 데 필요한 윤리와 정신적 강인함을 심어줬다”며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 선수들이 흔히 내뱉는 욕설 대신 자신은 ‘치킨 너겟’이라고 소리친다는 우스갯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피지 럭비선수단 24명이 예배하는 장면도 감동적 순간으로 꼽혔다. 피지는 럭비 강국이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개최국 프랑스에 금메달을 내줬다. 하지만 선수들은 패배의 충격에도 예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올림픽선수촌 야외 뜰에서 “주님을 신뢰하면 그가 길을 인도할 것”이라는 가사를 담은 피지 찬송가를 불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영 선수 타티아나 스미스는 지난달 30일 100m 평영에서 금메달을 딴 후 감사 인사 명단이 빼곡히 담긴 티셔츠를 입고 취재진 앞에 섰다. 티셔츠엔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이 가장 먼저 적혀 있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그는 인스타그램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수영하며 나라를 대표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했다.
브라질 경보 선수 카이오 본핌은 지난 1일 남자 20㎞ 경보에서 은메달을 딴 뒤 “나는 예수님에 속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막염 후유증 등으로 3살 때까지 걷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경기 중간 순위권에 들지 못해 절망한 순간을 떠올리며 “하지만 하나님의 손길이 저를 붙잡고 ‘어서 가자, 친구야’라고 말씀하는 걸 느꼈다”고 했다.
100m 평영 세계기록 보유자인 영국 수영 선수 애덤 피티는 지난달 29일 0.02초 차이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고 경기 직후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에서 “행복의 눈물”이라고 밝혔다. “2등을 해서 우는 게 아니라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큰 노력을 했기에 우는 겁니다. 저는 매우 종교적인 사람이고 하나님에게 제 마음을 보여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던 그는 2022년 기독교 신앙으로 치유를 경험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