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불거진 중동 사태 악화와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 및 안보에 많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라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란에서 암살당한 뒤 ‘제5차 중동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외신들은 이란이 조만간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은 지난 3일 레바논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에게 “즉시 레바논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일촉즉발의 중동 정세는 국제 유가를 출렁이게 하고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들에 도발 여지를 줄 수 있어 우리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사안이다.
뒤이어 터진 미국발 주가 폭락 사태도 우리로선 곤혹스럽다. 1~2일 미국 인텔의 실적 둔화, 실업률 및 제조업 업황 악화 소식에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2일 코스피지수는 4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 유럽 등 각국 주가지수도 기록적 추락 양상을 보였다. 바로 직전인 지난달 3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해 기대감을 키운 터였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이은 질서있는 금리 인하는 우리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대미 수출 등 무역의 안정적 확대와 국내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돌출된 R(경기 침체)의 공포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잠식해 버렸다. 특히 미 기업 실적 발표로 불거진 인공지능(AI) 산업의 거품론은 미국 수출 및 빅테크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업계에도 비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중동 불안과 미 경기 침체 우려는 우리에겐 통화 정책 결정의 딜레마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수입 원유의 약 70%는 중동산이기에 중동 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와 수입물가 상승을 야기한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하 단행이 쉽지 않아 미 경제가 예상 외로 냉각될 때 통화 대응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중동에 대한 글로벌 평화 여론과 압박, 회복력이 뛰어난 미국 경제의 모습에서 낙관론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외교 및 경제 문제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돌출 변수에 우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내성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금리 정책 외에 경기 회복을 가져올 규제 완화, 부동산 시장 안정화, 내수 진작책을 추진해 외부 요인에 좌우되지 않게끔 우리 경제의 기초를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 안보 면에서도 중동 사태에 세계의 이목이 쏠릴 때 북한 도발에 따른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지 않도록 동맹과의 협력 등 관리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 어떤 외부 악재에도 정부는 시나리오별로 면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