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교사들이 한국어 수준급 교육… 이주민 고충 던다

입력 2024-08-05 03:00 수정 2024-08-13 10:33
월드피플 소속 선교사가 지난달 21일 경기도 남양주 센터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월드피플 제공

한국으로 이주한 건 2011년 무렵이었다. 베트남 국적의 꾸엔(37)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이주여성이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 그는 늘 외로움을 달고 살았다. 주변에 남편을 제외하곤 아는 이가 전혀 없을뿐더러 한국문화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월드피플(센터장 심윤보)이 손을 내밀었다. 은퇴한 선교사들이 직접 한국어 교육을 하며 같은 처지에 놓인 이주민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렇게 월드피플을 만난 꾸엔씨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아도 모르는 게 많았다”면서 “아는 사람 없는 타지에서 홀로 힘들었는데 센터에 가면 친절한 선생님들이 하나하나 잘 가르쳐줘서 좋다”고 말했다.

상생의 다리를 놓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설문 조사(2022년)에 따르면 국내 이주민은 종교시설에서 제공하는 가장 도움 되는 서비스로 ‘자국민 사귐’(49%)을 꼽았다. ‘한국어 교육’(22%) ‘노동조건 상담’(7%) 등이 뒤를 이었다.

꾸엔씨를 품은 월드피플의 사역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남양주 마석에 있는 월드피플은 2년 전 가평 생명의빛예수마을교회(하룡 목사) 소속 은퇴선교사들을 고용해 센터를 찾는 이주민을 돕고 있다. 주중에는 한국어 자격증 시험을 돕고 주말에는 식사 지원 등 쉼터 역할을 자처한다. 또 절기와 계절마다 여름 캠프와 같은 특별 활동도 진행한다.

심윤보 월드피플 센터장은 “은퇴선교사들을 정직원으로 고용함으로써 노년에도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이들은 저마다 파송된 나라를 섬기면서 이주민 수준의 문화를 배우고 익혀온 베테랑이다. 이주민들에겐 수준급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동시에 선교사들에겐 노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윈윈(win-win)의 관계가 된다”고 전했다.

가구단지로 유명한 마석에는 중소기업 공장이 많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심 센터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비자 갱신을 위한 한국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해외에 파송하는 선교사들이 많으나 은퇴선교사에 대한 사역은 많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같은 교육 모델이 은퇴선교사가 계속 늘어나는 실태 속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들을 통해 각 나라 특성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주민에게 폭넓게 한국문화를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이주민의 건강 챙김이로

경기도 포천의 경우 주민 10명 중 1명꼴로 외국인이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이주민에 대한 처우는 열악했다. 2020년 포천의 한 농장에서는 30대 캄보디아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평소 간경화를 앓고 있던 A씨는 질환을 방치하다 악화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6월 인천세종병원에서 진행된 외국인 근로자 건강검진 모습. 강남중앙침례교회 제공

서울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는 이러한 소외된 이주민을 돕고자 이주민을 위한 건강검진 사역을 시작했다. 교회는 인천세종병원과 협력해 2~3년간 건강검진이 필요한 포천지역 이주민 400여명을 지원했다. 최병락 목사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검진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아픈 곳이 있어도 내버려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타국으로 온 이들에게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주고자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로부터 환대를 받은 이주민은 혹여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현지의 한국인 선교사들의 조력자가 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 선교학 교수는 “지역마다 이주민의 특성이 다르지만 다문화가정 비율이 높다”며 “특히 결혼이주여성 등으로 농어촌 지역에 이주민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들의 가정을 돌보되 정체성을 존중하고 공동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박윤서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