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단행했던 ‘재정분권’이 중앙정부에 재정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방세수 증대를 위해 부가가치세 수입 중 지방소비세 수입으로 분배하는 비율을 25% 수준까지 끌어올린 점이 나라 곳간에 타격을 입혔다는 얘기다. 이 비율이 적용되면서 올 상반기 부가세 수입 중 정부 몫은 큰 폭으로 줄었다. 상반기 전체 세수가 지난해보다 10조원 가까이 감소한 정부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 부가세 수입은 4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5조7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이 더 늘었다. 비율로는 15.7% 증가했다. 부가세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고물가 현상으로 인한 소비액과 수입액 증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고물가가 전체 소비액 규모를 끌어올리면서 정률 10% 세율이 붙는 부가세 수입도 이에 비례해 늘어났다. 여기에 수입 영향이 더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4일 “수입업자를 통해 수입되는 재화에 부가세가 부과되는데, 2분기의 경우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류 등에 대한 부가세 수입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부가세 수입 증가분이 전부 반영된 실적은 아니다. 지방소비세 수입 분배 비율 때문이다. 걷힌 부가세 중 25.3%는 지방소비세 수입으로 분류돼 지방재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부가세 수입으로 100조원이 걷혔다면 중앙정부는 74조7000억원을, 지방정부는 25조3000억원을 분배받는다.
이 분배 비율은 2017년만 해도 11.0%였지만 지난 정부 때 두 차례 ‘재정분권’을 거치며 비율이 조정됐다. 2019년 15.0%로 4.0% 포인트를 올리며 시작된 비율 조정은 지난해부터 25.3%가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시기 비율을 단순 적용하면 올해 상반기 중앙정부의 부가세 수입은 55조3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14조원이 세수에 추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율이 조정되지 않았다면 세수 부족 우려를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전체 세수는 법인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1000억원 줄면서 9조6000억원 감소했다.
중앙정부가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고 해도 세수 분배 비율을 또다시 조정하기는 힘들다. 재정분권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단행됐다. 지방세 수입은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계속 줄고 있어 오히려 해당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총조세(국세+지방세) 대비 지방세 비중은 24.7%다. 독일(53.7%) 미국(46.5%) 등 주요국보다 낮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017년 53.7%에서 올해 48.6%로 5.1% 포인트 감소했다. 부가세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이관했는데도 재정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재원 이전과 함께 지방정부의 세원 확보 노력이 병행돼야 재정분권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