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 국가인 에스와티니에선 부모가 아기를 낳기만 하고 방임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와 제대로 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거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마약이나 술에 의존하거나 타인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방한한 김희정(56) 선교사는 “그런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면서 “자아가 형성되지 않고 자존감도 약한 에스와티니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예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에스와티니는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해 있다. 줄곧 스와질란드로 불리다가 2018년 국호를 바꿨다.
2014년 미국 워싱턴 열린문교회에서 프로젝트 선교사로 파송돼 약 10년간 에스와티니에서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로 사역 중인 김 선교사를 지난달 30일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김 선교사가 음악을 선교의 도구로 삼게 된 계기는 교회 권사였던 어머니 영향이 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회 반주자로 나선 김 선교사는 미국에서 교회음악 박사과정을 밟은 뒤 자연스럽게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가져온 키보드 하나 짊어지고 방문한 에스와티니에는 악기라곤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들에게 음악이란 반주 없이 술, 춤과 함께하는 것이었기에 악보를 볼 줄 아는 이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무일푼이었던 김 선교사는 홀로 시골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반주를 통해 돈을 벌었다. 그러면서도 현지 아이들을 위한 무료 음악 강습은 이어갔다. 그의 사역이 본격 자리를 잡은 건 그가 2017년 아프리카 현지 등록 NGO이자 문화예술교육선교단체인 ‘아프리카 찔로’를 설립하면서부터다. 김 선교사는 “찔로를 통해 현지의 많은 평신도 전문인 사역자들의 비자 문제 해결 등은 물론 현지 대학 프로그램이나 오케스트라 활동, 구제 ·섬김 등 여러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복음의 열매도 맛볼 수 있었다. 김 선교사는 “상처가 많은 아이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함께 기도하고 성경 말씀을 공부할 때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복음을 영접하더라”고 말했다.
술집에서 일하며 백인 여성들에게 몸을 팔고 마약 중독에 시달리던 에스와티니 청년 사킬레(32)가 한 예다. 사킬레는 다섯 살 때 자신의 어머니가 질투에 눈이 멀어 아버지의 내연녀를 칼로 찌르는 모습을 목격한 뒤 충격으로 정서적 불안을 겪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김 선교사와의 만남이었다. 김 선교사는 “사킬레는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고 나를 ‘엄마’라고 부를 만큼 친밀해졌다. 또 하나님을 만나 회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서 “찔로 수업을 듣는 에스와티니 아이들에게 음악과 하나님 말씀을 가르쳐주면서 사립 고등학교의 음악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찔로 사역에 동역하는 이들이 더욱 많이 세워져서 하나님 나라 확장에 함께 힘쓸 수 있길 기도하고 있다”면서 “오는 10월 12일에는 에스와티니에서 큰 규모의 합동 콘서트가 열리는데 이 행사를 통해 더욱 많은 양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먹일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