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U] “제 3세계 교회, 한국교회 벤치마킹… 한국교회 역할 크다”

입력 2024-08-06 03:05
박기호 ITS 신학대학원 이사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한국 선교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거나 할 의향이 있는 일이 아닌,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

선교학의 거장 랄프 윈터(1924~2009) 박사가 평생 모토로 삼았던 이 구절은 세계 선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국제선교단체 OMF 파송선교사 출신으로 총신대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친 김의환(1933~2010) 전 총신대 총장이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세운 ITS(International Theological Seminary) 신학대학원은 미국 유수의 신학대가 하지 않은 일에 팔을 걷어붙였다. 제 3세계 현지 지도자들을 키워 그들에 의한 현지 선교가 이뤄지는 데 비전을 품은 것이다.

업무차 일시 방한한 박기호(76) ITS 신대원 이사장을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15년간 필리핀 선교사로 사역한 박 이사장은 1996년부터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 아시아선교학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으며 현재는 원로교수로 강의한다. 지난 6월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글로벌 사우스 운동’이 확대되는 선교 흐름 속에서 제 3세계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역의 중요성과 함께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팬데믹 전만 해도 신학 공부를 하기 원하는 해외 학생들이 미국에 와서 공부했어요. 팬데믹을 계기로 2020년부터 온라인 교육이 가능해진 ITS는 온·오프라인 교육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시대에 맞게 전 세계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ITS는 설립자의 뜻에 따라 설립 초기부터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제 3세계 교회 지도자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본국에서 복음전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40여개국 출신 졸업생 2000여명 가운데 방콕신학교 총장, 탄자니아 하나님의성회 총회장 등 주요국 기독교계 지도자와 목회자로 활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졸업생 중 한국인은 100여명에 이르며 현재 40여명이 수학 중이다.

미연방 인가 기관인 ATS 정회원으로 등록된 ITS는 선교학 박사(D.Miss.)와 목회학 석사(M.Div.), 목회학 박사(D.Min.) 등의 과정을 두고 있다. 온라인 강의(영어·한국어·중국어 가능)도 제공한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ITS는 세계 지도자뿐 아니라 한국 교회 지도자들을 개발하는 일에도 쓰임 받길 기대한다고 박 이사장은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부교역자와 파송 선교사뿐 아니라 다른 교단 선교사 등도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제 3세계 지도자들이 한국교회를 모델로 삼고 있기에 한국교회 역할이 크다고 했다. “현재 부상하는 제 3세계 교회는 한국교회를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일제 치하의 경험이 있고 전쟁으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폭발적인 선교 성장을 이룬 것에 놀라워하며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죠.”

그는 앞으로 한국 선교계가 현지인 중심의 선교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교사가 주도권을 갖고 교회 개척 등 재정을 들인 사역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현지인과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크리스텐덤(기독교제국) 선교 방식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현지인을 양성해 그들이 선교하도록 돕는 겸손하고 성육신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