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10월 금리인하’ 가능성… 치솟는 집값이 변수

입력 2024-08-02 00:01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연준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우리의 정책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전 금리 인하에 대해 “그들(연준)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1일(현지시간)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 앞서 31일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에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BOE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0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BOE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경기 부양을 위해 사상 최저인 0.10%로 낮춘 이후 처음이다. BOE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8월까지 14회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지난 6월까지 7차례 연속 동결했다.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5.25~5.50%로 동결했지만 다음 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9월까지 예상대로 움직이면 금리를 낮추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간주하겠느냐’는 질문에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강력한 긴축 정책 사이클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는 다만 한 번에 0.50% 포인트를 인하하는 ‘빅스텝’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고려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도 최근 인플레이션을 ‘소폭 상승’이라고 표현했고, 이중 임무(낮은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고용시장 유지)를 강조하며 실업률 상승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마침내 금리 인하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인정한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음 FOMC 회의는 9월 17, 18일에 열린다.

미국과 영국에서 피벗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고민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며 금리 인하 고려 조건을 충족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올랐다.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으며, 3개월 연속 2%대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1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며 정책 전환을 시사했다. 통화 긴축이 시작된 지 약 3년 만에 공식적으로 나온 첫 금리 인하 검토 언급이었다.

변수는 주택가격 상승세다. 지난 30일 공개된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일부 위원은 금리 인하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환율과 증가세를 멈출 줄 모르는 가계부채도 피벗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이후 한은이 집값과 가계부채 진정세 등을 확인한 뒤 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10월이나 11월쯤 한 차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하 전까지는 한은이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에 환호했다. FOMC 이후 뉴욕 3대 지수는 동반 상승으로 마감했다. 다우존스는 전 거래일보다 0.24% 오른 4만842.79에,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8% 오른 5522.30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4%나 뛰며 1만7599.40에 마감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고점론’에 하락했던 기술주들이 크게 올랐다.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81% 오른 117.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준희 이광수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