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이번 사태를 중대한 민생침해 범죄로 보고 압수수색영장에 1조원대 사기와 400억원 횡령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가 ‘돌려막기’로 정산을 늦추다가 회생 신청을 했다는 점에서 고의적 범행을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1일 검사와 수사관 85명을 투입해 큐텐과 티몬·위메프 본사 등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사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각 업체의 사업장 7곳과 구영배 큐텐 대표 등 경영진 자택 3곳이 포함됐다.
검찰은 자본잠식 상태였던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도 입점 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고 물건을 계속 팔도록 한 것에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의 5월분 판매자 미정산 금액 2134억원과 정산기일이 오지 않은 6~7월분 약 7000억원을 합치면 사기 혐의 금액이 1조원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가 전자상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플랫폼 회사는 소비자의 결제대금을 받아 수수료만 챙기고 입점 업체에 정산해줘야 하는데, 이 돈을 쓰게 되면 어떤 돈으로 갚겠느냐”며 “돌려막기는 사기다. 대법원 판례가 그렇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 ‘폰지 사기’나 ‘머지포인트 사태’ 당시 업체들의 돌려막기가 사기 범죄로 인정됐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그룹 내부의 의사소통 과정이 담긴 자료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룹 내부 작성 문건과 경영진 및 실무진이 주고받은 메신저 내역 등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판매대금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의사결정자들이 불법성을 인식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티몬·위메프가 지난 29일 기습적으로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두 기업이 더 이상 돈을 갚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어느 시점부터 변제 의사가 없었는지는 사기의 고의성을 판단할 때 유의미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큐텐이 지난 2월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를 인수하는 데 쓴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경영진의 횡령액으로 보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때 ‘인수 자금 중 400억원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이 아니냐’는 질문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인수 후 두 회사의 재무팀을 해체했다. 두 회사의 재무 업무는 또 다른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에게 맡겼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에 대해 “모기업의 횡령과 배임을 쉽게 하려 만든 구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큐텐테크놀로지 사무실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계좌추적영장도 함께 발부받아 큐텐과 티몬·위메프 등 회사 사이 자금 흐름도 파악 중이다. 수사팀은 회사들 사이에서 어떤 자금 거래가 이뤄졌는지 추적하기 위해 대검찰청에서 회계분석 전문 수사관 1명도 파견받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 상황과 계획을 보고받고 “대주주와 경영진의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소비자와 판매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김재환 박재현 신지호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