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 이커머스 정산 주기… ‘법제화’ 카드 만지작

입력 2024-08-02 02:29
게티이미지뱅크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두 회사의 긴 판매 대금 정산 주기가 지목됐다. 그러면서 오픈마켓의 정산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산 주기를 법제화하는 방식이다. 이커머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재무건전성 감독 등을 강화해 사태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입점 업체들이 판매 대금을 받기까지 길게는 약 70일이 걸렸다. 이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길었다. 다만 같은 큐텐그룹 계열사 인터파크커머스는 매주 월요일에 정산했고, AK몰은 한 달에 한 번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다른 이커머스는 자율적으로 정산 주기를 단축해왔다. 11번가는 2020년 10월 업계 최초로 빠른 정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집화 완료 다음 날 판매 업체에 곧바로 정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반 정산도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한 후 늦어도 10일 내외로 정산이 완료된다. G마켓은 익일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 배송’에 입점한 판매자는 물건 출고 다음 날 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정산도 늦어도 배송완료 후 9영업일 안에 정산이 끝난다.


네이버의 빠른 정산은 결제 후 3일이 지나면 판매 대금을 정산해준다. 일반 정산은 구매확정 후 1영업일에 대금을 지급한다. 쿠팡도 지난해 빠른 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쿠팡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는 구매확정 후 다음 날 매출 금액 90%를 체크카드로 정산받을 수 있다. 일반 정산의 경우 ‘주 정산’과 ‘월 정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판매 대금을 모두 받기까지는 40일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매월 2회의 고정 정산일(1일, 15일)이 있다. 또 특정 대금 정산 조건에 부합하면 2영업일 이내에 판매 대금이 계좌로 입금되는 빠른 정산도 활용하는 중이다.

정부는 오픈마켓 판매 대금 정산 주기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산 주기 상한 설정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기업 재무건전성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판매 대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해야 하고, 이는 관계 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의 현금성 자산 보유량은 각각 1%, 2%로 업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하면 소상공인들이 자금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산 주기 단축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단기간 동시에 추진하면 당장 현금이 부족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돼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판매자의 돈을 마음대로 썼다는 것이다. 업계 관행과는 상관없는 얘기”라며 “일률적으로 정산 주기를 단축하면 유동성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산 주기 법제화는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는 의견이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