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99% 지원 안했는데… 정부는 “이달 추가 모집”

입력 2024-08-02 01:11

정부가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완료했지만, 지원자는 모집 대상의 1.4%에 그쳤다. 병원에 복귀하는 전공의가 극소수에 그치면서 정부는 8월 중 추가 모집을 하기로 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에 마감한 126개 의료기관 하반기 수련 모집에서 지원자는 104명에 불과했다. 모집 공고를 낸 규모가 7645명인 점을 감안하면 1.4% 수준이다. 104명 가운데 인턴 13명, 레지던트는 91명이었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지원자는 45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는 이번 9월 하반기 모집 ‘특례’로 지방 전공의들이 대거 ‘빅5 병원’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전체 수련병원 가운데 단 1개 병원, 1개 과목(필수의료 제외)만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았던 빅5 병원 지원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빅5 의대 교수들이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전공의 선발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탓에 지원자는 많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달 중 추가 모집을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전공의에게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 명이라도 더 복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문을 열어준다는 취지다. 상세 일정은 이달 초 공고할 예정이다. 하반기 모집이 완료돼야 9월 초 수련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번 모집이 사실상 올해 마지막 공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반응은 냉담하다. 전공의 추가 모집이 이뤄진다 해도 지원하는 전공의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7월 모집 때와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이번에 지원하지 않은 전공의가 추가 모집을 열어준다고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추가 모집을 절대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공의 미복귀에 따른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의료 중심으로 가기 위해선 1·2차 병원의 역량이 먼저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이날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대의대 융합관에서 개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전문의 중심병원’ 토론회에서 임종한 인하대의대 교수는 “경증 환자를 1·2차 병원으로 보내고,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은 적정한 시기에 회송한다는 (정부 방향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1·2차 병의원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은진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은 “급성기를 벗어난 환자들은 요양병원 등으로 보내야 하지만, 낮은 신뢰도·만족도 때문에 설득이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이미 경증환자까지 보면서 비대해진 상급종합병원의 수익 구조를 갑자기 전환하기 위해서는 향후 줄어들 수익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