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도경동 투입 ‘신의 한수’, 8초 만에 5득점… 소름이 쫙~

입력 2024-08-02 00:15
오상욱과 구본길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대 41로 꺾은 뒤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파리=윤웅 기자

31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이 열린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줄곧 앞서가던 한국은 위기를 맞았다. 6라운드에서 헝가리의 안드라스 자트마리에게 7점을 허용하며 점수 차가 단 1점으로 좁혀졌다.

자칫하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최고참 구본길(35)을 대신해 예비 선수 도경동(24)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준준결승과 준결승에 출전하지 않았던 세계랭킹 75위인 신예 선수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넣은 셈이다.

교체 카드는 제대로 적중했다. 도경동은 7라운드에서 크리스티안 랍을 맞아 8초 만에 5득점을 내리 성공시키며 점수를 35-29로 벌렸다. 한국은 이 점수 차를 잘 지켜 결국 45대 41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승전의 흐름을 바꾼 도경동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준비된 실력자’였다. 도경동의 스승인 한우리 동의대 펜싱팀 감독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래 잘하는 선수”라며 “국가대표 선발이 늦게 됐을 뿐 기량은 워낙 좋았다”고 말했다.

도경동은 189㎝의 큰 신체에 비해 스피드와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다. 또 상대 선수가 무엇을 할지 예측하고 움직이는 이른바 ‘수싸움’에 능하다. 한 감독은 “두뇌 회전이 빠른 선수”라며 “상대 선수가 무엇을 준비하는지 예상해 받아치는 것에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되는 길은 험난했다. 도경동은 2019 방콕 U-23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를 정도로 실력자였지만 선발전에만 나서면 실력보다 경기력이 덜 나왔다. 뒤늦게 태극마크를 단 도경동은 ‘뉴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의 일원이 돼 자신을 증명했다. 도경동은 금메달을 딴 후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줄 수 있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도경동은 이번 올림픽에서 은사와의 약속을 지켰다. 한 감독은 “파리로 떠나기 전에 전화가 와 금메달을 따고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입대한 도경동은 이날 금메달을 따내며 조기 전역 혜택을 받았다. 제대는 올해 10월로 군복을 벗기까지 아직 2개월가량 남아 있다.

한국 남자 사브르팀은 2012 런던,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사브르 단체전 3회 연속 우승을 이뤄냈다. 오상욱(28)은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6번째 금메달을 수확한 한국선수단은 애초 목표인 ‘금 5개’를 초과 달성했다. 이 금메달은 하계올림픽 통산 300번째 메달이다.

허경구, 파리=이누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