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의 역설? “화력발전소 폐쇄 시 지역격차 심화”

입력 2024-08-02 03:25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2조3300억원 감소하고 지역 간 ‘빈부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2036년까지 화력발전소 28기를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국토연구원이 1일 발표한 ‘탄소중립의 역설: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지역 격차를 심화시키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당진 1∼4호기 폐쇄 시 한국 GDP는 2조3349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보령 5·6호기, 태안 1~6호기 폐쇄 시에도 각각 1조5865억원, 1조5522억원 규모의 GDP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탈(脫)석탄 정책이 지역 격차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력발전소를 없애면 이른바 잘 살고 개발이 더 많이 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차이가 더 벌어진다는 의미다. 예컨대 보령 5·6호기 폐쇄 시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전국 지니계수는 기존 0.5106에서 0.5109로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충청과 수도권, 부산권, 대구권 등 다른 광역권 간 격차도 지니계수가 기존 0.4033에서 0.4035로 커졌다. 다만 보령시가 속한 충청권 내 지니계수는 폐쇄 이후에도 0.1073으로 변화가 없었다.

보고서는 화력발전소 폐쇄 시 가계가 같은 돈을 소비할 때 느끼는 만족도(효용)도 떨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효용은 당진 1~4호기를 폐쇄할 경우 기존 대비 0.136%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보령 5·6호기와 태안 1~6호기는 각각 0.103%, 0.1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 지역 쇠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력발전소 유관 산업에서 근무하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나면 소비가 위축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이 악화한다는 것이다. 2020년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가 폐쇄됐을 때 보령시 인구는 그해에만 1800명이 줄며 평년(약 880명)보다 감소 폭이 컸다.

보고서는 지역 격차 문제를 해소하려면 ‘균형전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탈석탄 정책에 더 취약한 지역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의 직접 피해효과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미칠 간접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형수 국토연 도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균형전환기금 신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등 정책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을 공공·민간 부문에서 다각화하고 지원책은 지방소멸대책, 균형발전대책과 연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