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필리핀인에 본당 내줘… 한국인은 식당서 예배

입력 2024-08-02 03:00
온누리M센터 소속 이주민이 지난해 8월 경기도 안산의 센터에서 진행된 연합세례식에서 세례를 받고 있다. 온누리M센터 제공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온누리M센터(센터장 노규석 목사)앞. 이주민(Migrant)을 뜻하는 ‘M’이 새겨진 간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낮 기온이 34도를 넘기기도 했지만, 거리에서 내국인을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이나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만 거리를 오간다.

안산 단원구의 이주민 수는 7만1000명(2022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으로 파악돼 시군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주민 5명 가운데 1명(20.3%)이 이주민인 셈이다. 이주민은 국경을 넘어 이주한 이들을 말한다. 등록 외국인보다 넓은 개념으로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해외 동포, 난민, 유학생을 포함한다.

온누리M센터는 몽골 러시아 네팔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중국 등 23개 국가별 공동체가 예배를 드리고, 의료진료 및 법률상담을 받도록 돕는다. 최영조 선교사가 설명을 위해 동행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본당 입구엔 러시아어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음료는 밖에 두라는 뜻이다. 최 선교사는 “센터 본당에선 현재 러시아어 예배와 필리핀 타갈로그어 예배가 드려진다”며 “러시아어 예배를 드리는 출석 교인은 150여명, 온누리M센터 전체적으로는 1200여명 이 예배를 드린다”고 설명했다.

성도들이 러시아어부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온누리M센터 제공

반면 건물 4층에 있는 식당에선 봉사자와 교역자들을 위한 한국어 예배(열방예배)를 드린다고 최 선교사는 설명했다. 본당은 이주민, 식당이 한국인들을 위한 예배 공간이다. 센터 곳곳에는 이주민을 위한 배려가 묻어났다. 국가별 예배실마다 그 나라 전통 악기가 놓여 있었고 포스터와 현수막은 언어를 달리해 설치돼 있다.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학습 동아리도 활발하다.

최 선교사는 “이주민은 낯선 한국에서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지만 차별적 시선을 감수하는 게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마 25:40)라고 말씀하신다”며 “교회가 이들의 피난처가 되고 그늘이 돼 주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총인구는 5177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2000명(0.2%) 증가했다. 내국인 인구는 10만명 줄었지만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18만명 늘어나며 총인구가 3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이 국내 인구 증가를 견인한 것이다.

정부의 비자 정책 확대가 주요 원인이다. 외국인 인재에게 ‘숙련기능인력’ 비자 발급을 대폭 확대했는데 취득 가능 인원이 연간 2000명에서 3만5000명까지 늘어났다. 이 비자를 취득하면 동반 가족 초청 등이 가능하다. 이주민 대폭 증가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본격적인 이주민 시대를 맞아 허요환 안산제일교회 목사는 한국교회 전반의 다문화 사역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 목사는 “교회는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다문화가정 등 유형별 이주 방식에 따라 사역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국을 떠나 국내서 살게 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등 갈 곳이 없는 형편”이라며 “교회가 이들을 환대하는 건 성경적 명령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안산=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