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특례가 적용되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마감됐지만 지원자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를 계기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9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는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지원자는 서울아산병원이 0명, 가톨릭중앙의료원(전 병원 통합 수련 방식)이 5~6명에 그쳤고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도 한 자릿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에 관한 문의조차 없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8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9월 하반기 모집에 동일 연차, 동일 과목으로도 지원할 수 있도록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 경쟁률이 높은 만큼 지원 자격을 열어주면 전공의 복귀가 이뤄져 의료 현장이 일부 정상화할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전국 126개 수련병원이 지난 22일 공고한 모집 전공의 수는 7645명이었다. 지난 3월 기준 임용 대상자 1만3531명의 56.5% 규모다.
하지만 빅5 병원 교수들이 하반기 지원 전공의에 대해 “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지원율이 저조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복귀 전공의를 색출하기 위한 명단이 텔레그램을 통해 확산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가 들어와도 교수들이 사람 취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전공의들도 최소 1년은 쉬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전공의 없는 병원’에 대비해 의료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상황과 맞물려 정책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상황”이라며 “1차 의료개혁 방안을 8월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왔을 때 종전처럼 과도한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