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 실력이 상대 선수들보다 부족한 것 같다. 다시 준비해서 4년 뒤 LA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
30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 이준환(용인대)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세계랭킹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정상을 밟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이준환은 늘 자신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가족을 떠올리며 곧장 일어설 것을 다짐했다.
이준환은 파리올림픽에 나서기 전 가족에 대한 애정을 많이 드러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을 밝힌 그는 “돈을 많이 벌어 주위에 베풀며 살고 싶다. 가족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자신의 선수생활을 뒷바라지한 어머니, 유도 영상을 찾아보며 함께 기술을 연구했던 아버지를 선수생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로 꼽기도 했다.
이준환의 어머니 김원주씨는 31일 국민일보에 “과거 아버지 사업이 잠깐 휘청했던 적이 있다”며 “부모가 다 있는데도 준환이는 가장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남으로 태어난 이준환은 어릴 때부터 유독 책임감이 강했다고 한다.
2022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준환은 두 차례 연속 국제대회 우승을 달성하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국제유도연맹(IJF)은 “선수 이름이 소개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며 ‘번개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국가대표로 성장하기까지 고난도 있었다. 고교 시절 같은 체급의 선수에게 다섯 번 연속 패배를 당하면서 심리적으로 지쳐 유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
이때 어머니가 아들의 마음을 되돌렸다. “자는 준환이 옆에서 유도부가 없는 일반고로 전학시키자는 대화를 남편과 크게 나눴다. 사실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오히려 그만두라고 부추기면 정신을 바짝 차릴 것 같았다.”
이준환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유도에 매진했다. 이후로는 포기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이 시기에 자신의 주특기인 소매들어업어치기 기술도 연마했다. 그리고 세계랭킹 3위로 나선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준환은 “박살내고 오겠다”는 당찬 각오를 가족에게 남기고 파리로 떠났다. “뒷바라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미리 준비한 용돈을 어머니에게 건네기도 했다. 김씨는 “동메달을 딴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조금씩 가다 보면 인생의 길이 열릴 테니 너무 앞만 보지 말고 가끔은 뒤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