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매오의 아들 바디매오는 시각장애인이자 거지의 삶을 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청각이 발달하여 작은 소리에도 민감히 반응하고 상처받습니다. 그래서 주변인들의 무시와 냉대, 어둠과 절망 속에서 조용히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바디매오는 자신의 유일한 희망은 주님의 긍휼밖에 없음을 알았기에, 환경에 굴하지 않고 구원자 주님을 향해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일평생 시각장애인으로 엄청난 불편을 감내해야 했던 바디매오는 길가에 앉아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외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큰 목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외쳤습니다. 그의 절박하고도 강력한 외침은 예수님의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용기를 내어 일어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으로 간구한 바디매오는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서 예수님께 왔습니다.
보기를 원했던 바디매오에게 예수님이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말씀하시자 그는 놀라운 치유의 사건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칭찬은 마가복음에서 혈루증을 앓던 여인과 바디매오의 두 사건에만 나옵니다. 주님이 멈춰 선 곳에서는 믿음을 통해 새로운 용기와 희망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벼랑 끝에 선 인생에서 우리의 포기(give up)는 하나님께 드려짐(give up)으로 구원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바디매오는 예수님을 만나 육신의 눈을 떴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는 영적 세계의 눈까지 열렸습니다.
깊은 어둠과 가난에서 주님을 만나 새로운 빛을 경험한 바디매오는 예수님께서 가시는 고난의 길을 따라갑니다. 성공으로 향하는 길로 갈 수 있었음에도 주님께서 가시는 십자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눈먼 백성을 인도하시는 주님은 그들 앞에 서서, 암흑을 광명으로 바꾸고 거친 곳을 평탄하게 만드십니다. 바디매오와 같이 눈먼 사람이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그리스도로 이 땅에 오셨음을 증명하는 증표이자, 더욱 많은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바울은 십자가에 달려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예수를 그리스도라며 신성을 모독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잡아들이고자 다메섹까지 쫓아갔습니다. 바울은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께 대한 신앙이 특별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평생 율법에 따라 살아왔던 바울에게 찾아온 주님의 첫 번째 음성은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였습니다. 십자가에 처형당한 예수가 절대로 그리스도일 리 없다는 잘못된 믿음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을 박해했던 바울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이 바로 우리의 죄를 대신한 죽음임을 깨닫습니다. 바울은 빛 되신 주님을 만남으로써 영적 시각장애인에서 진정한 신앙과 구원에 눈을 뜨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바울의 삶은 광명의 삶으로 바뀌었고, 이방인의 빛으로 사명을 다하게 됩니다. 삶의 목적과 방향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눈먼 사람을 친히 인도하시는 주님을 따라, 영적 어둠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명을 온전히 해내길 소망합니다.
김유준 주빌리교회 목사, 숭실대 글로벌선교센터장
◇주빌리교회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교회입니다. 주빌리교회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실천하기 위해 2023년에 세워진 희년공동체입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