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쇄빙선 얘기를 꺼내는 그의 삶부터 쇄빙선 같았다. 중학교 3학년 당시 그의 삶은 빙하 앞에 떠 있는 쇄빙선처럼 역경의 연속이었다. 이혼한 부모님은 한쪽도 양육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혼자 살아야 했다. 생계는 강아지 산책, 시각장애인에게 책 읽어주기, 주방 보조 등 아르바이트로 이어갔다. 미국 뉴욕대(NYU) 재학 중엔 워싱턴스퀘어 공원에서 노숙을 하다 경찰에게 쫓겨난 적도 있다. “주로 도서관에서 자고 체육관에서 씻었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76센트가 전부였고요.”
백스티브현(백강현·42) 테바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뉴욕에선 하나님 도움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었다”면서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님을 의지하는 지혜를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계법인 딜로이트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등을 거쳐 이곳 대표가 된 과정 역시 하나님의 전적인 인도하심”이라 고백했다.
테바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설립된 국내 자산운용사다. 백 대표는 이 회사에 지난해 6월 대표로 취임했다. ‘블루텍자산운용’이었던 회사 이름이 ‘테바인베스트먼트’로 바뀐 시점도 이때다. 백 대표는 “테바는 모세의 갈대 ‘상자’와 노아의 ‘방주’를 일컫는 히브리어”라며 “고객에게 위탁받은 자산을 목표치까지 안전하게 운용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회사를 설명할 때마다 쇄빙선에 비유했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백 대표는 “투자사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례가 있는 사업을 선호한다”며 “테바는 남들이 경험하지 않은 사업이라도 개의치 않고 개척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SNS 프로필 사진도 쇄빙선이었다.
백 대표 취임 1년 만에 회사의 운용 자본도 30%가 불었다. 그는 “국내에 머물던 기업의 투자 영역을 싱가포르 인도 일본 등 해외로 확대하고 있다”며 “영세한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투자를 시도하는 건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산 운용 규모엔 정해둔 목표가 없다”고 했다. 벌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벌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백 대표는 “이윤은 목표가 아닌 과정”이라며 “이윤 창출을 통해 기업이 무엇을 구현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은 총보다 위험합니다. 맹목적인 이윤 추구는 끝이 허무할뿐더러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흉기가 돼요. 한때 크리스천 사업가들의 투자 자문을 맡은 적이 있어요. 믿음의 기업가들이 돈을 많이 벌면 선한 곳에 물질을 사용할 거로 생각했거든요. 결과적으로 투자 대비 10배 넘게 번 분들이 적지 않았죠. 그런데 제 착각이었어요. 돈을 번 크리스천이 오히려 우상에 충성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테바인베스트먼트가 쇄빙선이라면 우리 회사가 뚫고 갈 가장 큰 빙하는 물질만능주의입니다.”
백 대표는 “곽성림 알바코퍼레이션 회장으로부터 대표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도 선교적 목표가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투자계에서 선교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기업의 장기적 비전”이라며 “그 과정에서 얻은 이익은 다음세대를 위한 학교를 세우고 건강한 신학교로 흘려보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윤보다 정직을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백 대표는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정직하지 않은 업계 관행엔 맞서겠다. 고객을 눈가림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융감독원보다 하나님이 두렵다”며 말이다.
그는 골로새서 3장 22~24절 말씀이 경영 철학이라고 했다. “종들아 모든 일에 육신의 상전들에게 순종하되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와 같이 눈가림만 하지 말고 오직 주를 두려워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하라.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이는 기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아나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
경영 철학을 말한 뒤 그는 닮고 싶은 성경 인물이 있다고 했다. 요셉이다. 백 대표는 7년 흉년에 대비한 요셉은 성경 속 최고의 펀드 매니저이자 리스크 관리자라며 그와 같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로 살고 싶다고 했다.
“요셉이 애굽 총리가 됐기 때문에 부러운 게 아니에요. 요셉은 총리가 되지 않았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냈을 겁니다. 요셉을 종으로 둔 보디발, 옥에 갇혔을 땐 간수장, 심지어 바로도 요셉의 하나님을 인정했잖아요. 요셉은 유혹과 고난에 굴하지 않으면서 육신의 상전들에게 하나님께 하듯 최선을 다했어요. 하나님의 계획을 믿었기 때문에 이렇게 살 수 있었다고 봐요. 하나님과 늘 동행했던 요셉처럼 살고 싶습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