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줄에 쉼과 영성, 평안이…

입력 2024-08-03 03:01

시간 부족으로 독서를 힘겨워하는 한국 성인에게 휴가는 독서의 적기다. 책 잘 읽기로 소문난 기독 연예인과 체육인, 문인에게 ‘올여름 휴가 때 읽으면 좋을 책’ 2~3권씩 추천받았다. 책만 있다면 어디서든 망중한(忙中閑)을 즐길 수 있는 게 독서의 매력이다.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후텁지근한 날의 연속이다. 이들이 엄선한 책을 읽으며 이 눅진한 날씨를 잊어보는 건 어떨까.

조혜련(개그우먼)

성경을 쉽게, 널리 알리는 ‘성경 바람잡이’를 자처하는 개그우먼 조혜련이 추천한 첫 번째 책은 영성 신학자 유진 피터슨 목사의 ‘이 책을 먹으라’(IVP)다. 성경 읽기를 먹는 것에 비유한 책으로 성경으로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영적 독서법을 안내한다. “제목 속의 ‘이 책’은 바로 성경이다. 생전에 피터슨 목사는 성경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먹어야 한다고 했다. 책에서는 성경을 완전히 체득해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 소개하는데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상당히 감명을 받았고 자극도 됐다.”


그의 두 번째 추천서는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두란노)이다. 팀 켈러 미국 뉴욕 리디머교회 설립 목사가 쓴 이 책은 복음서 속 ‘탕자의 비유’의 원뜻을 파헤쳤다. 특히 탕자를 비롯한 두 아들을 향한 비이성적인 사랑을 베푸는 ‘탕부(prodigal)’ 하나님에 주목했다. “자녀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정말 잘 녹여낸 책이다. 특히 누가복음을 아주 생동감 있게 해석한 책이라 추천한다.”

변요한(배우)

‘미생’ ‘미스터 션샤인’ 등으로 이름을 알린 실력파 배우 변요한은 국내외 소설과 에세이 3권을 추천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이다.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추리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애인 2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한 죄로 10년을 복역한 뒤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한 번 펼치면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소설이라 추천했다. 이를 각색한 동명의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원작과 함께 드라마도 같이 성원을 부탁드린다.”


두 번째 책은 박민규 작가의 로맨스 장편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다. 이 책을 각색한 영화 ‘파반느’ 촬영을 최근 끝냈다는 변요한은 “‘누군가를 사랑한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은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란 책 속 문장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로맨스물이지만 인물의 성장을 부각하는 청춘 소설에 더 가까워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가 특유의 문체에 빠져 굉장히 몰입하며 읽었다.”


패트릭 브링리의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가 그의 마지막 추천이다. 형의 죽음을 계기로 치열하게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관 경비원으로 전직한 저자의 자전적 경험을 담았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뒤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가장 간단한 일을 하는 저자가 스스로 위로받고 나아가는 이야기다. 미술관에 홀로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는데 그 덕에 공감과 위로가 더 크게 느껴졌다.”

주원규(소설가·목사)

드라마와 소설을 집필한 작가이자 목회자인 주원규는 휴가철을 맞아 ‘쉼과 성찰을 위한 책’을 각각 1권씩 추천했다. 쉼을 위한 책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편의점’(이지북)을 권했다. 동화작가이자 목회자 사모인 작가 임지형의 신간으로 소년인 주인공과 친구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희망, 이들이 겪는 세상 이야기 등이 담겼다.


“시종 따뜻하지만 제법 진지한 방식으로 말하는 이 책은 물론 동화다. 하지만 동화가 어린이에게만 읽힌다는 편견을 지우기에 충분할 정도로 인생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다시 보는 것 자체가 휴가 중 독서 생활에 충만한 매력을 줄 것이다.”


‘성찰을 위한 책’으로는 부조리 문학의 대가 프란츠 카프카의 시집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민음사)을 추천했다. “카프카의 기존 작법이 가진 난해함을 생각한다면 언뜻 거부감이 생길 수 있지만 이 책은 제법 안온하다. 압축적 단어로 자기만의 우주를 구현하는 문학적 대가의 향수와 풍취를 전달하는 기회를 맛볼 수 있어 설레기도 한다. 카프카가 직접 스케치한 드로잉을 보는 것도 신선한 재미 중 하나다.”

이재성(축구선수)

한국 국가대표 부주장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 05’에서 활약 중인 애서가 이재성이 휴가철 필독서로 고른 책은 ‘춤추는 고래는 행복하다’(두란노)와 ‘하나님과 함께하는 아침기도 365’(생명의말씀사)다. 류인현 뉴욕 뉴프런티어교회 목사가 쓴 ‘춤추는 고래는 행복하다’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불안과 조급함을 다루는 성경적 방안을 다뤘다. “팬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인데 아시안컵 기간에 읽었다.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감사를 찾도록 돕는다. 읽는 동안 아주 평안한 마음을 갖게 해준 책이다.”


좋은목회연구소장 김민정 목사가 펴낸 ‘하나님과 함께하는 아침기도 365’는 매일의 묵상을 돕는 짧은 기도문이 수록됐다. 이재성은 특히 이 책의 작은 판형(미니북)을 추천했다. “짧은 기도문과 함께 여는 아침은 기쁨과 감사를 준다. 매일 하루의 시작부터 선물 받는 기분이 든다. 미니북이라 어딜 가든지 휴대하기 좋다. 특히나 휴가철에는 더더욱!”

범키(가수)

최근 CCM 앨범 ‘디 오비디언트’를 내고 마약 예방 치유사역 모임 ‘은구’ 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힙합 가수 범키는 ‘왜 예수인가?’(두란노)를 첫손에 꼽았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가 ‘자유’ ‘기쁨’ ‘고난’ 등 12가지 키워드를 들어 ‘왜 예수만이 답인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하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참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있어 내게 큰 역할을 했던 책이다. 기독 서적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책이기도 하다. 50년 가까이 불교 신자로 살던 저자가 왜 예수가 답이자 진리인지를 전해주는 내용이 특히 인상 깊다.”


미국의 기독 실업인 오스 힐먼의 고난과 그 회복 과정을 담은 책 ‘하나님의 타이밍’(생명의말씀사) 역시 ‘범키 픽’(Pick)이다. “성경 인물의 이야기를 들어 역경의 시간을 지나는 그리스도인에게 고난의 이유와 극복 방안 등을 잘 설명해준다. 시련 끝에 어떤 기쁨이 찾아올지 오히려 기대하게 만든다.”

양민경 유경진 이현성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