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신앙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측 교회 권사인 외할머니 신앙이 대를 이어 전해졌다. 나는 부산 동구 범일동 자성대교회 권사인 외할머니가 읽었던 옛 ‘한글 성경’을 매일 읽는다. 외할머니의 신앙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거쳐 내게 전해졌다.
하나님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절 찾아오셨다. 17살이었던 경남고 1학년 때 눈에 결막염이 생겨서 고생했다. 시력이 나빠졌고 눈도 따가워 책을 읽을 수조차 없었다.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좌절감이 들었다. 병원 치료는 받았으나 상태는 쉬 개선되지 않았다. 인생의 큰 위기가 닥쳤음을 직감했다.
‘인간은 왜 이렇게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가.’ 인생에 관한 여러 질문이 생기고 만사가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내 영적 상태는 다음의 시편 본문과 같았다. “사람이 흑암과 사망의 그늘에 앉으며 곤고와 쇠사슬에 매임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며 지존자의 뜻을 멸시함이라.”(시 107:10~11)
눈병을 넘어 인생까지 고민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왜 그렇게 고민하고 있냐”며 “하나님께 의지하라”고 위로했다. 여동생도 “기도하고 주님께 모든 아픔을 맡기라”고 권했다. 긴박했던 나는 예배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동네 교회로 들어가 홀로 기도했다. 당시 예배당에는 한쪽에서 성가대가 성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한쪽 끝에 자리 잡고 홀로 앉아 하나님을 구했다. 하나님이 눈병을 고쳐주고 인생을 인도해주길 간구하는 기도였다.
이 기도로 나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은총을 입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지금도 성령으로 거듭나게 하는 구세주(요 3:3)라는 참 진리를 시련 가운데 믿은 것이다. 이후 외할머니가 읽던 구약만 남은 옛 글 성경을 읽으며 외할머니의 신앙도 확인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내면적 경험이 있은 뒤로 눈의 결막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없어졌다. 결막염도 이내 사라졌다. 이와 관련한 시편 말씀도 떠오른다. “이에 그들이 그들의 고통 때문에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그가 그들의 고통에서 그들을 구원하시되 그가 그의 말씀을 보내어 그들을 고치시고 위험한 지경에서 건지시는도다.”(시 107:19~20)
이후 친구 소개로 교회 성경 연구 모임에 들어갔다. 거기서 하나님이 성령을 보내 우리 속에 내주케 하고 성령으로 거듭나게 하는 중생의 도리를 배웠다.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 3:3)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난다’는 영적 진리를 배우며 내 속에 있던 하나님 경외의 씨앗이 발아했다. 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것도 보이지는 않지만 하나님이 내면에 임재하는 사건이다.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중생 사건이 내 마음속에 은혜의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하나님은 눈병으로 외할머니를 통해 심어진 신앙의 씨앗이 내 안에서 발아하게 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의 권유로 예민한 시기의 나를 주님께 인도한 것이다. 되돌아보면 청소년 시절 아픔과 좌절을 겪던 내게 주님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으로 치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