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만 구독자의 유튜버 랄랄(본명 이유라·31)은 요즘 중년여성 이명화라는 ‘부캐’(부 캐릭터)로 활동한다. 어르신으로 분장한 그는 지난 14일 SNS에 ‘권사님 집에 심방 갔다가 찍었다’는 글과 사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평안을 의미하는 기독교식 인사 ‘샬롬’을 덧붙였다. 기독교를 개그 소재로 활용한 이 게시물엔 “우리 엄마 친구 같다”는 식의 공감 댓글이 400개 넘게 달렸다. 랄랄과 같은 유튜버들이 일상 속 기독교식 표현을 담아내면서 대중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주고 있다. 영상은 주변에서 한번은 목격했을 법한 내용으로 친근함과 따스함에 미소 짓게 한다는 반응이다.
구자훈(61)씨는 어릴 적 교회 주일학교에 놀러 가 한 번쯤 들어봤을 어린이 찬양에 재밌는 율동을 곁들인 모습의 영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찬양사역자인 딸 구하은(28) 전도사가 ‘돈으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라는 찬양을 부른 아버지 모습을 촬영해 올린 게 시작이었다. 구씨는 25년 넘게 주일학교 부장교사로 봉사하기도 했다. 구 전도사는 “아버지가 어린아이같이 행복하게 찬양하는 모습을 보고 교회가 문득 궁금해졌다는 비기독교인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외에도 기독교인이 가장 많이 하는 인사법을 재현한 영상 등도 화제가 되고 있다. 교회 다니는 신자들에게 익숙한 말과 표현들이 반감 없이 대중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이미 기독교식 표현이 자리 잡고 있다. ‘전도사’ ‘빛과 소금’ ‘천국·지옥’ ‘그분이 오신다’ ‘삼위일체’ ‘내려놓다’ ‘갓생’ ‘~느님’ ‘밀알’ 등이 있다. 여기에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발달로 기독교적 소재와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스며들고 있다.
강진구 고신대(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는 “유튜브에서 기독교가 개그 소재로 활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기독교가 우리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라며 “1인 창작자들이 작위적이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기 위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주은 문화선교연구원 연구원은 “유튜버들은 주변 기독교인을 공감 소재로 활용하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이미지화는 긍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