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이 품은 이색 볼거리도 다양하다.
가장 먼저 하늘길로 부탄에 닿는 파로 공항 주변 풍경이다. 이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륙과 착륙 과정에서 많은 산봉우리를 피해 급상승과 하강, 급선회를 반복한 뒤에야 활주로에 안착할 수 있다. 계기 비행은 불가하고 오로지 눈에 의지한 시계 비행만 가능하단다. 파로 공항 이착륙 면허를 가진 조종사 역시 전 세계를 통틀어 24명으로 제한돼 있다.
이륙보다는 착륙 때 더 ‘심장이 쫄깃해’진다. 히말라야 산자락 사이를 지나온 비행기가 협곡 사이로 빨려든다. 이내 파로종을 지나면서 마지막 급선회의 묘기를 선보인다. ‘어 활주로는 왼쪽으로 가깝게 보이는데 이렇게 낮은 고도에서도 저쪽으로 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 창밖으론 땅만 보인다. 비행기의 좁은 창이 돋보기가 된 것처럼 민가와 논이 확 다가온다. 가슴 졸이는 순간은 활주로에 바퀴 닿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어진다.
공항 바로 옆에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전망대가 있다. ‘파로 에어포트 버드 아이 뷰’ 포인트다. 비행기 이착륙 시간이 되면 이 일대에 사람들이 몰려 장관을 이룬다. 보통 외국으로 돈 벌러 가는 가족들을 배웅하러 찾는 이들이 많은데, 구경 삼아 오는 이들도 적잖다. 푸드트럭이 들어서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짐작이 간다.
네팔 카트만두와 파로 공항을 오가며 히말라야산맥을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칸첸중가, 시샤팡마 등 8000m 넘는 고봉들이 구름을 뚫고 솟아 있다. 부탄으로 들어갈 경우 왼쪽, 네팔로 나갈 경우 오른쪽 창가에서 볼 수 있다.
파로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수도 팀푸로 들어서면 또 다른 볼거리가 반긴다. 수신호를 하는 경찰이다. 팀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통신호등이 없는 수도이다. 그렇다고 자동차 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부탄의 최대 도시인 만큼 교통체증이 있어 경찰이 수신호를 통해 차량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경찰의 손놀림이 오래된 과거를 보여 준다. 한때 이곳에 신호등이 설치됐으나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철거됐다고 한다.
신호등이 없는 나라이지만 그만큼 서로 양보하는 정신이 강하다. 대부분 운전자들이 다른 방향에서 오는 자동차를 발견하면 일단정지를 하는 운전 습관을 지니고 있다. 로터리를 돌면서 자동차들은 자연히 서행하게 된다. 그들은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양보 정신이 습관화돼 있다. 웬만해서는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려주거나 피해서 간다.
그 주변엔 ‘치마’를 입은 이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치마는 부탄 전통 남·여 복장인 고(Goh)와 키라(Kira)다. 고는 우리나라 두루마기와도 닮았다. 여성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남성들의 치마는 낯설다. 여기에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스타킹 같은 긴 양말을 신는다. 부탄 사람들은 근무할 때나 사원에 갈 때는 전통 복장을 해야 한다.
수도 팀푸와 중부 부탄(왕디·푸나카)을 잇는 고개(3140m)에는 도출라 패스가 있다. 휴게소와 전망대 역할을 하는 카페와 사원이 함께 있다. 이곳에선 북부탄의 6000~7000m급 연봉들을 관찰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히말라야의 여신이라 불리는 초모라리(7314m) 산이 보인다. 부탄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성산이다. 그 설산 너머는 중국이다.
그 옆으로 캉붐(6494m), 자이캉푸강(7194m), 캉첸타(6794m), 마사강(7194m), 부탄 최고봉 강카푸엔숨(7564m) 등 수많은 히말라야의 영봉들이 숨 막히게 서 있다. 부탄 사람에게 설산은 신처럼 신성한 힘을 지닌 숭배의 대상이다. 신들이 머무는 산에 함부로 올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초모라리산을 비롯해 아직 아무도 오르지 못한 고봉들이 많이 남아 있다.
도출라 사원에는 108개 스투파(탑)가 서 있다. 이 탑은 2005년 인도 반군들을 소탕한 부탄 왕이 승리를 기념하고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세웠다. 특히 이 스투파는 당시 아군과 적군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부탄을 상징하는 동물로 타킨(Takin)이 있다. 머리는 양을, 몸통은 소를 닮은 멸종 위기의 희귀동물이다. 우제목 소과의 동물로 암수 모두 뿔을 지니고 있다. 이 동물에는 부탄의 종교와 전설이 얽혀 있다. 티베트에서 온 드룩파 쿤리(1455~1529년)는 돌출적인 기행을 하는 고승이다. 어느 날 그의 신통력을 보기 위해 모인 추종자들이 기적을 보여 줄 것을 요청했다. 쿤리는 소 한 마리와 양 한 마리를 갖다주면 다 먹겠다고 했고, 추종자들은 소 한 마리와 양 한 마리를 갖다줬다. 쿤리는 그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우고 나서 소의 뼈에다 양의 머리를 갖다 붙였다. 그러고 나서 주문을 외우자 뼈만 남아있던 동물이 갑자기 살아나더니 풀밭으로 달려가 풀을 뜯기 시작했다고 한다.
파로·팀푸=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