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남은 마지막 샹그릴라, 꿈의 낙원, 은둔의 나라, 신비의 히말라야 나라…. 중국과 인도 사이 히말라야산맥 동쪽 작은 나라 부탄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반도 5분의 1 면적에 인구 71만명 소국이지만 개발과 발전보다 행복에 더 큰 가치를 둬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1930년대 작가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묘사된 ‘샹그릴라’로 여겨지는 나라다.
해발 2248~2648m에 위치한 수도 팀푸는 공항이 있는 파로에서 계곡길을 따라 1시간 넘게 가야 만난다.
팀푸의 대표 볼거리는 타시초종이다. 부탄에는 주마다 정치·행정·종교의 기능이 결합된 종(Dzong)이 있다. 침략에 맞서 보통 언덕 위 요새의 형태로 섰다.
타시초종은 1216년 건립돼 현재 부탄 정부청사로 쓰이는 건물이다. 부탄 내 20개 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설계도면 없이 전통 부탄 양식으로 건축됐다. 이후 여러 번의 화재와 지진으로 대부분의 성은 붕괴됐다가 1902년 다시 세워졌다. 타시초종은 정부청사 직원들이 퇴근한 오후 5시 이후에 관람할 수 있다. 타시초종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오르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수도 팀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팀푸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종은 심토카종이다. 1629년 세워진 부탄 최초의 종이다. 규모는 작아도 역사적 의미는 큰 곳이다. 티베트와의 100년 전쟁 등에서 단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다고 한다.
도시 중심부에 메모리얼 초르텐이 우뚝하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제3대 국왕인 지그메 도르지 왕축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 왕의 어머니가 1974년 세웠다. 3대 국왕은 부탄을 외부세력으로부터 지켜냈으며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나라로 인정받게 한 강력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탑돌이를 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팀푸에 최근 생긴 붓다포인트도 가볼 만하다. 높이 51.5m의 도르덴마상이 팀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조망 명소다.
도출라 패스를 지나 중부 부탄 푸나카에 도착하면 ‘부탄 종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푸나카종을 만난다. 모추(어머니강)와 포추(아버지강)가 모이는 두물머리 쪽에 우뚝 선 종이다. 1637년에 건설돼 1950년대 중반까지 푸나카가 부탄의 수도였을 때 행정의 중심이었다. 우뚝 솟은 새하얀 건물과 물을 가로지르는 다리 풍경이 ‘신비의 나라’ 부탄이 가진 이미지를 더욱 아름답게 상징하고 있다.
공항이 있는 파로에는 부탄의 랜드마크 탁상사원이 있다. 부탄에 불교를 처음 전해준 히말라야 지역 고승 파드마삼바바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탁상은 ‘호랑이 보금자리’란 뜻이다. 파드마삼바바가 747년 암호랑이의 등에 올라타 험준한 히말라야를 넘어왔다는 거대한 수직 암벽 위에 제비집처럼 걸려 있다. 사원은 1000년 가까이 흐른 17세기 말에 세워졌다. 1998년 화재로 소실된 뒤 2005년 12개 사원으로 복원됐다.
사원으로 가는 길은 돌계단과 가파른 길의 연속이다. 출발 지점인 해발 2600m에서 3120m까지 5㎞를 올라가는데 2~3시간 걸린다. 둘러보는 시간과 중간 휴게소에서 커피와 밥을 먹는 시간 등을 합쳐 6시간 정도 소요된다. 고산병 증세가 올 수 있으니 걸을 자신 없으면 중간 휴게소까지 말을 타고 갈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오르막을 오르면 평지가 이어진다. 평지 끝에서 보는 탁상사원의 풍광이 압권이다. 이곳에서 지그재그 700계단을 내려가 폭포 앞을 지나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면 작은 검문소가 나온다. 여기에 모든 소지품을 맡기고 입장해야 한다. 내부 사진 촬영은 절대 불가다. 사원 내부에서 그가 수행했다는 동굴을 볼 수 있다.
여행메모
개별 여행 금지·하루 100달러 체류비…
이달 말 약 25% 할인 ‘부탄 ESG 투어’
개별 여행 금지·하루 100달러 체류비…
이달 말 약 25% 할인 ‘부탄 ESG 투어’
부탄 여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불편하고 비싼 편이다. 한국에서 부탄으로 가는 직항편이 없다. 태국 방콕이나 인도 델리, 네팔 카트만두 등을 경유해야 한다. 부탄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도 없어 부탄 국적항공사인 드룩에어와 부탄에어만이 유일한 국제공항인 파로공항에 닿는다.
부탄에서는 배낭여행 등 개별 여행이 금지돼 있다. 여행객은 반드시 부탄인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패키지 상품 투어를 갈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 비용(SDF)' 명목으로 하루 100달러의 체류비를 내야 한다. SDF는 지난해 9월부터 올 연말까지 4일 이상 머무를 경우 기존 하루 200달러에서 50% 감면 중이다. 비자 발급 비용 40달러는 별도다.
탁상사원 올라가는 말 이용료는 20달러 정도다. 부탄의 사원으로 들어가려면 깃이 있는 티셔츠와 긴 바지가 필요하다.
여행하기 쉽지 않은 부탄을 다녀올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왔다. 한국부탄우호협회는 8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2024 부탄 ESG 투어'를 진행한다.
각 100명씩 올 연말까지 2개월 간격으로 총 6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1회에 한해 정상가(약 500만~600만원)에서 약 25%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다. 특히 SDF가 특별 면제된다.
팀푸·푸나카·파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