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F로 자료 제공… 종이 없는 ‘녹색 총회’를 향해

입력 2024-07-31 03:02
미국장로교(PCUSA) 총회대의원들이 지난 6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된 총회에서 노트북 등 각종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PCUSA 제공

“100%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총회였습니다.”

지난 6월 30일부터 닷새 동안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미국장로교(PCUSA) 226차 정기총회에 참석했던 PCUSA 세계선교부 동아시아 책임자 김지은 목사가 전한 ‘녹색 총회’ 이야기다.

3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김 목사는 우리 상식을 뛰어넘는 미국 교단의 총회 문화를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총회 석상에선 종이 자료가 배포되지 않았다. 456명 총대 중 일부가 기존에 사용하던 총회 헌법이나 규정집 등을 가지고 온 게 종이의 전부였다. 회의자료는 모두 PDF로 제공했고 총대들은 개인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활용해 회의에 참여했다. 총회에서는 선거와 찬반 표결 등도 모두 태블릿을 활용해 진행했다.

이를 위해 총회는 온라인·대면 모임을 통해 수차례 스마트 기기 활용법을 교육했다. 위원회별로 총회 사흘 전부터 만나 안건 검토와 함께 스마트 기기 활용법도 별도 교육했다. 태블릿이 없는 총대를 위해서는 총회가 태블릿 대여 서비스도 했다.

친환경을 지향하며 시도한 ‘종이 없는 총회’는 효과적인 회의 진행으로도 이어졌다.

김 목사는 “회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면서 “탄소 중립을 위한 총회의 노력이 미국 전역 교회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의 중 자리를 비우는 총대도 없었고 종이 회의 자료를 만드는데 들어가던 재정도 전혀 지출되지 않아 여러모로 유익한 게 많았다”고 전했다.

최근 총회를 폐막한 호주연합교회(UCA)도 종이를 사용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목회하는 UCA 소속 김도영 목사는 “종이 자료는 없었고 회의 자료는 총회 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총회 현장에서도 태블릿 등을 활용해 회의에 참여했다”면서 “총회 때 별도의 미디어팀을 꾸려 스마트한 총회 진행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도 병행됐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녹색 총회를 향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다. 최근 들어 교단별로 종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확산하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대한 분량의 종이 회의자료를 만들지 않고 PDF 파일로만 제공할 예정이다. 그동안 예장통합 총회는 회의자료와 회의록 등 해마다 수천쪽의 회의자료를 수천권씩 만들어왔다.

마찬가지로 방대한 회의자료를 만들어 오던 예장합동 총회도 올해 종이 없는 총회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이미 예장합동 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는 정책자료집을 PDF로 제공하기로 했다.

김보현 예장통합 사무총장은 “해외교회처럼 파격적인 변화가 없을 뿐 국내 주요 교단들도 녹색 총회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도를 통해 느려도 결국 종이 없는 총회 같은 친환경 총회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