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2> 가인

입력 2024-07-30 03:07

그 들판에서 부는 바람은 어디로 가는가
형제는 어디가고 혼자 남아 울부짖고 있는가
붉게 변한 것은 당신의 얼굴인가
버림받은 자의 차가워진 심장인가
아벨의 붉은 피가 땅바닥에 너의 이름을 쓰며
하늘을 향하여 외치고 있거니
악마는 비명 지를 뿐 울지 않기에
분노의 칼은 반드시 자신의 심장을 찌르고
질투의 불은 너의 눈동자를 사른다
에덴의 극동으로 쫓겨난 파괴된 사나이여
지금도 어느 외진 도시의 불 꺼진 밤거리에서
해진 외투를 입고 유랑하는 흔들리는 영혼이여
지우려하면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피로 쓴 표적이여.

새에덴교회·시인

‘가인’은 이름 그대로 인류 최초의 살인자 가인을 중심에 두고 그를 판독하는 시적 화자의 진술로 구성된다. 아벨을 죽인 들판에서 울부짖는 가인은 버림받은 자의 표본처럼 보인다. 시인은 ‘분노의 칼’은 자신의 심장을 찌르고 ‘질투의 불’은 ‘너’의 눈동자를 사른다고 단언한다. 결국 가인은 ‘에덴의 극동’으로 쫓겨나는 운명에 처한다. 시의 핵심은 말미에 있다. 시인은 ‘지금도 어느 외진 도시에서 유랑하는 흔들리는 영혼’을 호명한다. 그 영혼의 주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그는 창세기의 가인이며 그로부터 죄성(罪性)을 이어받은 우리 시대의 갑남을녀(甲男乙女)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 시는 엄청난 역사와 시대의 간극을 뛰어넘어 단박에 창세와 지금, 가인과 우리를 같은 가늠대 위에 올렸다. 작가 황순원이 동시대의 가장 절박한 사태를 소설로 쓰고 거기에 ‘카인의 후예’란 제목을 붙였던 이유도 이와 같다.

- 해설 : 김종회 전 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