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미국에서도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완전히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대남은 지나친 평등·다양성 정책에 대한 반발로 보수화한 반면 이대녀는 낙태권 폐지 논란 등으로 인해 진보색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올해 2월과 6, 7월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18~29세 남성들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0%를 기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6%에 불과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공화당이 49%를 얻어 민주당(37%)을 크게 앞섰다. 4년 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에게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5% 포인트를 더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변화다. 특히 공화당은 지난 20년 동안 이 연령대 남성층에서 선거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18~29세 여성층에선 4년 전과 유사하게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58%, 60%로 트럼프(28%)와 공화당 지지율(26%)을 큰 격차로 제쳤다. WSJ는 “20대 이하 유권자는 1989년 이후 민주당의 기둥이었지만 젊은 남성들이 떠나며 기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유권자층에서 성별에 따른 분화가 나타나는 것은 남녀 간 경험 차이가 커지는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임신을 하는 여성들에게 낙태권 후퇴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지만 남성에겐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또 현재 미국 대학생의 60%는 여성이고 학자금 대출 부채의 66%도 여성 몫이다. 학자금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민주당 정책을 두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지지가 높지만 대학 진학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남성들 사이에선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나아가 일부 남성들은 여성이나 유색인종에게 초점을 맞춘 민주당 정책들로 인해 자신들이 사회 전 분야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한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5세 여성이 재정적 독립을 달성한 비율은 1980년 50%에서 2021년 56%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25세 남성이 재정적 독립을 이룬 비율은 77%에서 64%로 줄었다. 지난 4월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남성의 23%, 트럼프를 지지한 남성의 33%는 여성의 지위 향상이 남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답했다. 노스다코타주에 거주하는 23세 남성 콜린 메르츠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와 같은 미국 남성들이 진보주의자들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지 성향이 확연히 갈리면서 남녀 간 심리적 간극도 더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소셜미디어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숲에 갇혔을 때 남자와 곰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내용의 영상이 유행했는데 대부분 여성은 곰을 선택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 재학 중인 19세 여성 이사벨 엠스도 “곰이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