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A초등학교는 올해부터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않기로 했다. 연례행사였던 6학년 졸업여행도 없앴다. 교사들이 최근 회의에서 ‘현장체험학습은 버스를 임차할 만큼 교육적 효과와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6학년 학부모 최모씨는 29일 “학부모회에선 아이들이 2학기에라도 소풍을 갈 수 있도록 재고를 요청했으나 어려워 보인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체험 기회를 잃어버린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한 학부모는 “현장체험학습 가는 날만 기다렸던 아이가 취소 소식에 실망한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것도 중요한데 법이나 제도 같은 어른들 사정으로 그 기회를 빼앗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의 B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년 진행하던 현장체험학습은 운동회로 대체됐다.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산으로 소풍가는 행사가 추가됐다. 이 학교에 다니는 4학년 자녀를 둔 지모씨는 “학부모 입장에선 아쉽지만, 행사 내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교사들의 부담감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이른바 ‘노란버스’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시·도 교육청에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을 떠날 경우 어린이통학버스만 이용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노란버스를 구하지 못한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줄취소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세 버스로도 현장체험학습을 갈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일선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특히 2022년 강원도의 한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 도중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인솔 교사 2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는 사실이 올해 뒤늦게 알려지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교사들은 사고 시 학부모에게 민·형사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교사들은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학교 안전사고 발생 시 고의·중과실 없는 교원의 책임을 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교원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학생들의 학습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