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불거진 지 일주일이 지난 29일에야 대응 방안을 내놨다. 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공기업을 동원해 5600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중소업체 줄도산과 금융권 부실 전이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소비자 피해의 경우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 간편결제사 등 상품 결제 중간 과정에 있는 업체들이 당국의 독려로 결제 취소, 환불 조치에 나서고 있다. 애꿎은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에 대한 지원은 정부가 마땅히 나서야 한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피해를 번번이 공공자금으로 메우고 금융권에 부담을 전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PG협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PG사로 떠넘기며 무조건적인 환불·취소를 진행하면 PG사마저 지급 불능 상황에 빠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당국이 얼마나 뒷북 수습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정부 대책이 나온 이날 사태 책임의 정점에 있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대책 발표를 보도자료 한 장으로 대신했는데 피해자들의 공분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자신의 지분과 사재를 내놓고 해외 자금 유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티몬과 위메프가 이날 오후 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한 것은 의구심을 부채질할 뿐이다. 두 기업은 회생제도로 정상화를 도모해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최대한 보호하려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소나기를 피해 보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구 대표 출국 금지를 요청하는 등 책임규명을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 당국도 대주주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와 철저한 자금 추적을 통해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추후 비슷한 사태 발생 시 이번처럼 늑장 수습에만 매달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산 시간 단축, 플랫폼의 판매 대금 관리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