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저희 가정이 이사했습니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버려야 할 짐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버려야 할 물건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요. 정말 끝도 없이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인 첫째 아이가 유치원생 때 만든 작품집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엔 아빠 엄마 특징에 관한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빠는 저녁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엄마는 화를 자주 낸다.” “두 분의 공통점, 무섭다.” 이 글을 본 가족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제가 첫째에게 “지금도 무서우냐”고 묻자 아이는 “아니요”라고 답해 또 웃었습니다. 당시 아내는 셋째를 출산한 뒤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고 저는 교회 사역으로 한창 바쁠 때였던 터라 아이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과 안식일에 대해 논쟁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논쟁의 배경엔 두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을 지나가면서 일어났습니다. 제자들은 아침을 못 먹었는지 배가 고팠습니다. 그들은 예수님 뒤를 따라가면서 밀 이삭을 비벼 먹었습니다. 그러자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과 제자들을 향해서 “당신들은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예수님이 안식일에 회당에서 오른손 마른 사람을 고치신 일입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이 일을 문제 삼으려 했고, 예수님은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고 물으시며 손 마른 사람을 고치셨습니다.
예수님은 안식일을 어기시지 않았습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의 안식일 전통을 어기셨습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왜 그런 전통을 만들었을까요. 율법을 잘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들은 율법보다 전통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예수님은 마가복음 7장 8절에서 그들에게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율법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체크하는 분으로 오해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검증을 위해 율법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생명을 위해 율법을 주셨습니다.
우리도 종종 하나님을 오해합니다. 내가 십일조를 정확하게 내는지 안 내는지, 주일에 교회에 잘 가는지, 예배를 몇 번 드리는지, 봉사를 얼마나 하는지를 체크하는 분으로 하나님을 오해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옆에서 우리가 실수하거나 죄를 지을 때마다 정죄하시고 겁을 주시는 분이라고 오해하는 때도 있습니다. 혹시 하나님이 우리를 불꽃 같은 눈으로 보시면서 “죄만 지어봐라. 내가 혼내 주리라”고 노려보는 분으로 알고 계시진 않습니까.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이미 가장 좋은 것을 주셨습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고 계시고 또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기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소망을 주시길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위로를 주시길 원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사랑을 주기 원하시고 인내를 주시길 원하십니다. 평안을 주기 원하십니다. 담대함을 주기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좋은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체크하시는 분이 아니고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믿읍시다. 그 안에서 생명의 풍성함을 누리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강현철 목사(풍성한광염교회)
◇풍성한광염교회는 경기도 양주 덕계역 인근에 있습니다. 교회는 칼뱅주의 신앙의 유산과 개혁주의 신학의 전통을 이어받아 충실히 고백하고 가르치며 실천합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말씀 나눔 교제 회복 열매의 풍성함을 나누는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