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출산만큼 아프다는 콩팥·요관 결석… ‘수술 로봇’이 제거율 90% 넘겼다

입력 2024-07-30 11:01
땀으로 수분 손실… 소변 농도 짙어져
한번 생기면 절반이 5년 내 재발
내시경 치료술 제거율은 70~80%

AI 탑재해 정밀·안전성 높인 로봇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
결석 크기·딱딱함 무관한 전천후

국내에서 개발된 완전 로봇식 수술 장비로 콩팥 결석 환자의 결석을 제거하는 장면. 서울대병원 제공

50대 초반의 K씨는 얼마 전 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중 옆구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K씨를 아연케 한 병명은 '콩팥 결석'. 소변이 만들어지고 지나는 길, 즉 요로(콩팥→요관→방광→요도)에 돌처럼 딱딱한 덩어리가 생긴 것이 요로 결석인데, 콩팥과 요관의 결석이 97%를 차지한다. 통증이 유난히 심한 것은 결석이 요로를 따라 이동하다 막히게 되면 주변 근육과 장기를 자극하고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선 출산 고통, 급성 치수염과 함께 3대 통증 질환으로 꼽는다.

결석을 방치할 경우 신우신염(세균 감염에 의한 콩팥 염증)이나 패혈증을 유발하고 염증이 심해지면 신기능 저하로 투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결석이 한 번 생기면 1년 후 약 7%, 5년 안에는 절반 정도까지 재발한다. 치료 후에도 돌이 남아 있으면 같은 위치에 재발 위험이 크다. 그래서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결석 제거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이런 콩팥·요관 결석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수술 로봇’이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임상시험에서 90% 넘는 결석 제거율을 보였다. 인공지능(AI)이 탑재돼 기존 치료법보다 정밀성과 안전성을 높였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온다.

결석 크기·경도따라 최적 치료법 달라

게티이미지뱅크

결석의 원인은 소변 내 미네랄과 염분이다. 소변 농도가 짙어지면 몸속 분비물에 포함된 염류가 돌같이 단단해져 결석이 만들어진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 결석을 더 자주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7~9월에 전체 콩팥 결석 환자의 30%가 진료받고 있다. 이는 땀으로 수분 배출이 늘면서 소변량이 줄고 소변 농도가 짙어져 결석이 쉽게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때 수분 섭취까지 줄면 결석 형성이 더 증가하게 된다.

결석의 크기와 경도(딱딱함)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이 달라진다. 작은 결석은 자연 배출의 가능성도 있어 감염 등 합병증이 없고 통증이 크지 않다면 물을 자주 마시면서 4~6주 정도 기다려볼 수 있다.

만약 결석 크기가 1㎝ 이하이고, 소량이 요관에 걸려 있다면 체외충격파 쇄석술을 이용해 제거한다. 옆구리 뒤쪽에 체외충격파를 전달해 결석을 깨서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마취 없이 통원 치료가 가능하고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해 국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뤄진다. 반면 결석이 단단하거나 큰 경우 성공률이 떨어져 1~2주 간격으로 재시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콩팥 내부에 2㎝ 이상의 결석이거나 경도가 높아 파쇄가 어려운 경우는 경피적 내시경 쇄석술을 고려할 수 있다. 옆구리 후면을 절개하고 콩팥 외벽을 뚫어 내시경을 삽입한 후 레이저로 결석을 부수어 몸밖으로 빼내는 방식이다. 큰 결석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지만, 콩팥을 관통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콩팥 내부의 2㎝ 이하 결석은 내시경 결석 치료술이 효과적이다. 전신마취 후 요도를 관통해 내시경을 넣고 레이저로 결석을 쪼갠 뒤 바스켓 도구로 직접 빼낸다. 비침습적 방식으로 통증이 적고 완치율이 높은 편이지만, 결석이 요관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경험에 의존해야 해 정확도를 담보하기 어렵다. 또 결석에 레이저를 쬐는 과정에 환자의 호흡이 결석의 움직임을 일으켜 레이저가 빗나가면 조직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쪼개진 결석이 크면 배출 시 요관 등을 긁을 수도 있다.

AI 탑재 완전 로봇식…결석 제거율 93.5%

내시경 치료술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며 결석 크기와 경도와 무관하게 모두 제거할 수 있는 ‘로봇 내시경 쇄석술’이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수술 로봇 전문 기업인 로엔서지컬이 개발한 ‘자메닉스’는 AI 기능이 탑재된 세계 최초의 완전 로봇식 콩팥·요관 결석 수술 장비다.

2.8㎜의 유연한 내시경 로봇과 이를 작동시키는 컴퓨팅 장비가 한 쌍으로 돼 있다. 수술대 위의 환자에게 유연 내시경 로봇 세팅이 완료되면 의사 1인이 컴퓨팅 장비만을 조정해 로봇을 움직인다. 유연 내시경은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요도와 요관을 통과해 콩팥 내부까지 자동으로 오가며 반복적인 결석 제거 작업을 수행한다.

또 AI 기능을 통해 결석을 부수는 레이저 에너지를 정밀하게 조사(照射)할 수 있다. 그 만큼 결석 분쇄의 효율성과 환자의 안전성이 높다. 아울러 파쇄된 결석이 요관에 손상을 주지 않는 크기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확인해 크기 오인으로 인한 요관 손상 없이 신속한 수술을 돕는다.

2022년 이 수술 로봇의 확증(허가) 임상시험을 진행한 조성용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29일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내시경을 잡고 사람이 조정하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의사가 직접 하는 것보다 수술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로봇이 정확하게 결석을 분쇄하니 수술의 효율이 높아지고 결석 주변의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0.5~3㎝ 크기의 콩팥 결석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결석 제거율 93.5%, 가벼운 합병증 발생률 6.5%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해당 결과는 지난해 3월 유럽비뇨의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조 교수는 “내시경 치료술의 평균 결석 제거율은 70~80%대인데, 로봇 수술의 결석 제거율이 94% 가까운 것은 높은 성공률”이라고 부연했다.

이 수술 로봇은 2022년 품목 허가를 받은 후 지난해 8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올해부터 3년간 비급여 또는 선별 급여(일부만 환자 부담)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신의료기술 등재를 위해 5개 기관에서 232명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초 임상 연구가 마무리되면 진료 목적으로 전환 후 병원 내 사용이 가능해진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