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도 ‘정치 외풍’에 요동… 엔·달러 환율 급등세

입력 2024-07-30 10:42

일본 엔화 가치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탓이지만 최근 높은 변동성은 미국과 일본의 대형 정치 이벤트 영향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100엔당 원화는 901.9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4월 17일(901.91) 이후 900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지만 지난 25일(901.32) 석 달 만에 900원 선 위에서 거래된 이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달에만 5%가량 뛰었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3일 달러당 161.63엔까지 올랐다가 최근 이러한 흐름에 26일 153.60으로 마감했다.

최근 엔화 강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달러화와 엔화, 위안화의 격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높은 달러 가치에 대해 “미국 제조업계에는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엔화 강세를 희망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태 이후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환율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일본 정치권 인사들도 엔화 강세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이달 30~31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자민당 주요 인사 등이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 모테기 도시마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단계적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증시는 30여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날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기시다 정권 지지율은 저조하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슈퍼 엔저’에 따른 일본 국민의 체감경기가 악화가 꼽힌다.

다만 일본은행이 당장 이달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우에다 가즈오 총재 발언 등을 통해 금리 인상 신호가 나올 수 있다. 일본은행의 국채매입 규모 축소 등도 발표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가 더 강해진다면 엔화 강세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