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치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대장암에 걸린 직계 가족이 있는 여성은 향후 자궁내막암이나 난소암 등 부인암 위험도 큰 만큼, 경계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병관 교수는 29일 “대장암 환자의 일부에서 ‘린치 증후군’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 유전성 암 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꼭 부인과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린치 증후군은 DNA 복제 시 발생하는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MLH1, MSH2, MSH6, PMS1, PMS2)의 돌연변이가 부모로부터 유전돼 발생한다. 부모 중 한쪽이 이런 유전자 변이를 지녔다면 자녀에게 대물림될 확률이 50%다. 또 린치 증후군이 없는 사람보다 더 일찍 암이 발병한다.
린치 증후군 관련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남성은 평생 대장암 발병 위험이 60~80%, 여성은 40~60%에 달한다. 여성은 특히 자궁내막암 위험이 40~60%, 난소암 위험은 5~20%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대장암 환자에 대해 생식세포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또는 면역조직화학검사를 해 보면 약 2~4%에서 린치 증후군에 해당하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면서 “가족 중에 대장암에 걸렸거나 린치 증후군 연관 암인 자궁내막암, 위암, 난소암, 췌장암, 요관암, 담도암, 뇌종양 등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린치 증후군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암 진단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린치 증후군이 있으면 대장 용종이 암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린치 증후군이 확인되면 통상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 권고 기준(50세 이상 5년마다 시행)과 상관없이, 즉 50세 이전이라도 1~2년마다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은 암 진단 시 조직이나 혈액을 이용한 면역화학검사법,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을 통해 쉽게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다. 일단 변이 유전자가 발견되면 가족들은 변이 부분만 검사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많지 않다. 린치 증후군 고위험군은 50세 미만에 대장암을 진단받은 경우, 한 가계 내에 대장암 환자가 3명 이상이거나 린치 증후군 관련 암 진단자가 있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는 “여성이 린치 증후군 진단을 받으면 나이, 돌연변이 유전자 종류, 결혼 및 출산 계획 등을 고려해 주기적인 검사는 물론 부인암을 예방하기 위한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