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 입시에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 대부분이 의대·약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의대 증원과 맞물려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블랙홀’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종로학원이 28일 대입정보포털 ‘대학 어디가’에 공시된 2024학년도 진학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연계 수시모집 내신 합격점수가 1.06등급 이내인 학생 125명은 모두 의약학 계열에 진학했다. 의대가 93명(74.4%)으로 가장 많았고, 약대 25명(20%), 수의대 4명(3.2%), 한의대 3명(2.4%)으로 집계됐다. 공과대학 등 자연계 일반 학과에 진학한 수험생은 한 명도 없었다.
상위권의 범위를 넓혀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내신 1.23등급 이내(1246명)에선 91.3%가, 1.38등급 이내(2477명)에선 80.5%가, 1.57등급 이내(3793명)는 70.4%가 의약학 계열로 진학했다.
수능 점수를 보는 정시모집에서도 쏠림 현상은 뚜렷했다.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점수가 평균 98.62점(상위 1.38%) 이내인 488명 전원이 의약학 계열을 선택했다. 이 중 87.5%에 달하는 427명이 의대생이었다. 백분위 평균 98.0점(상위 2%) 이내에서는 918명 중 84.7%, 96.0점(상위 4%) 이내에선 2617명 중 75.7%가 의약학 계열로 진로를 정했다.
2025학년도 대입은 의대 모집 인원이 늘어난 만큼 최상위권의 의대 지원이 더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약대 등 다른 의료 계열과 자연계 일반 학과 합격선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 내신 1.5등급 이내 학생의 의약학 계열 초집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의약학 계열 합격점수보다 자연계 일반 학과 합격점수가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