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음식과 친밀한 교제로 충족되는 예배가 마련됐다. 주제는 거룩한 채워짐이다. 28일 주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의 33㎡쯤 되는 공유공간의 식탁에 15명이 둘러앉았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안녕교회(전수희 목사)의 ‘거룩한 식탁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거룩한 식탁 예배는 식사하며 예배하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성 리디아즈 교회의 ‘디너 처치’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수희(44) 안녕교회 목사는 “예배가 중심이 되는 교회를 만들고자 했다”며 “교회 문턱을 낮춰 교회 밖 사람들이 예배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예배를 찾아 식탁을 차리게 됐다”고 밝혔다. 안녕교회 목회자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으로 현재 개척 교육을 받고 있다. 예배 참석자들은 2~3세기 초기 기독교인들이 성찬을 마친 후 식사하던 애찬식처럼 먼저 성찬식을 마친 후 식사를 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예배 참석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그 과정에서 환영과 박수가 오갔다.
친구를 따라 교회에 처음 나왔다는 김태윤(25)씨는 개인적 일로 마음이 어렵던 중 의지할 곳을 찾다 거룩한 식탁을 찾아오게 됐다. 김씨는 “마치 홈파티에 온 기분이었다”며 “예배와 찬양만 했다면 어색했을 텐데 식사를 하며 진행돼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위로를 받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식탁 예배를 통해 대가 없는 사랑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준 만큼 받는 세상의 논리에 익숙했는데,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듣게 돼 많은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안녕교회와 같이 식탁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함께심는교회(박종현 목사)와 인천 송도예수소망교회(김영신 목사), 경기도 수원 하늘누리교회(김대진 목사)도 식탁 공동체로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새신자뿐 아니라 기존 교회에 피로감을 느낀 성도들도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다른 교회에서 답답함을 느끼던 중 거룩한 식탁 예배에 참석하게 됐다는 전인수(52)씨는 “식탁 예배가 신앙의 숨통을 틔워줬다”며 “형식과 일방적 설교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던 중 이곳을 찾게 됐다. 이런 형태의 예배는 신선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 교수는 “디너 처치는 환대의 신학과 직접 연결된다”며 “환대는 그 자체가 성경적 신학인 동시에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문턱을 낮추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디너 처치는 미국에서 새로운 예배 형태로 부상하고 있다. 주 교수는 “한국교회에서도 선교적 교회 운동의 하나로 디너 처치가 성장하는 추세”라며 “식탁 공동체는 교회 밖 공동체나 신앙 없이 교회 출석하는 명목상 크리스천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