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민(22·강원도청)이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며 한국 ‘수영 황금세대’임을 증명했다. 특히 1번 레인이라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쟁취한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김우민은 27일(현지시간)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세 번째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3분42초50의 기록으로 독일 루카스 마르텐스(3분41초78)와 호주 일라이자 위닝턴(3분42초21)의 뒤를 이었다.
이날 김우민은 가장 바깥에 있는 1번 레인에 섰다. 중간 레인 선수들이 일으키는 물살에다 수영장 벽을 맞고 되돌아오는 물살까지 더해져 불리한 자리다. 오전에 치러진 예선에서 예상 밖의 부진을 겪으며 7위로 결승에 오른 탓이다.
하지만 김우민은 실력으로 불리함을 극복했다. 결선에서 김우민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초반부터 빠르게 치고 나갔다. 0.62초 만에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들었고 첫 50m를 25초에 통과했다. 350m까지 줄곧 2위를 유지했다.
마지막 50m는 ‘사지가 타들어가는 듯한’ 레이스였다. 김우민은 경기 후 “350m 올라가면서 다른 선수들을 봤는데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메달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하며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이 ‘한국이 1레인과 8레인에서 강하다’고 말해줬다. 메달을 땄으니 1레인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로써 한국 수영이 역대 올림픽에서 수확한 메달 개수는 5개로 늘었다. 지난 12년간 한국 수영의 올림픽 메달 개수는 4개에 멈춰 있었다. 모두 박태환이 따낸 것이었다.
김우민은 3년 전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김우민은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단체전인 계영 800m에선 13위로 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꾸준히 자신과의 싸움을 지속하며 마침내 올림픽 메달까지 손에 넣었다.
김우민과 황선우 등 ‘수영 황금세대’를 앞세운 한국 수영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단일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과 최초의 ‘복수 메달리스트 탄생’ 목표에 도전한다. 김우민은 “첫날에 메달을 따서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자유형 200m와 계영 경기에서도 또 하나의 기적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정신영 기자, 파리=이누리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