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만 줄”… 교회 일상 릴스로 만들어 80만 웃겨

입력 2024-07-29 03:02
정은지 수원 사랑스러운교회 집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릴스의 모습이다. 왼쪽 사진은 지난 9일, 오른쪽은 지난 3월에 올라온 영상. 정 집사 인스타그램 캡처

‘집사님끼리 통화하면’이라는 제목의 릴스(짧은 영상)가 화제다. ‘정 많은 정 집사’라는 활동명으로 릴스 영상을 업데이트하는 정은지(39) 수원 사랑스러운교회 집사가 만든 콘텐츠다.

지난 3월 올린 영상에서 정 집사는 ‘너무 감사하다’ ‘너무 귀하다’ ‘기도할게요, 승리’를 집사들끼리 가장 많이 하는 말로 꼽았다. 콩트식으로 교인들 사이의 대화를 코믹하게 풀어낸 영상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은 일주일 만에 조회 수 40만회를 돌파했고 현재는 78만회를 넘어섰다. 첫 영상을 올린 지 4개월 만에 팔로워도 1만7000명을 돌파했다.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집사는 “아이 둘 키우는 엄마이자 평범한 주부지만 하나님께서 기독교 개그를 발굴할 수 있는 지혜와 은혜를 주셔서 교회의 일상을 릴스로 만들고 있다”며 “상처와 아픔을 가진 이들을 웃음으로 치유하는 복음 전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집사가 코믹한 릴스 영상을 만든 건 메니에르병 진단을 받은 뒤였다. 어지럼증과 돌발성 난청과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 병으로 좌절했던 정 집사는 기분 전환을 위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소재는 교회 안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이었다. 부활주일에 교인들이 달걀을 너무 많이 가져간 상황 등을 코믹하게 전하는 식이었다. 정 집사는 “악플 대신 ‘다들 함께 승리’ ‘너무 웃기다. 우리 엄만 줄’과 같은 댓글이 달렸고 거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웃었다.

남편과 찬양을 부르는 릴스도 종종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번은 ‘종교는 다르지만 목소리에 반해 30분째 듣고 있어요’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믿지 않는 분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준다고 느껴 무척 감사했다”면서 “최근에는 수원에 있는 한 교회에서 간증 콘서트를 했었는데 친구 따라왔다는 한 불신여성이 ‘앞으로 교회에 다니게 될 거 같아요’라고 해서 그 주 토요일에 같이 밥도 먹었고 바로 다음 날부터 수원소망교회에 등록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가난한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난 정 집사는 23살 때 3년 동안 준비했던 개그맨 공채에서 떨어지며 ‘하나님이 살아 계시냐’고 불평했던 시절도 있었다. 정 집사는 “하나님께 따지면서 기도했는데 ‘내가 여기 있다’라 하시며 다가온 하나님을 만났고 세상 때가 묻은 자아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릴스를 올리면서 교회에 상처받고 떠난 ‘가나안 성도’를 많이 만난다고도 전했다.

그는 “신앙생활 하던 이들이 교회 안에서 많은 상처를 받고 떠나는 일과 교회 안에서 예수님이 아니라 사람이 드러나는 게 지금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오후 예배가 사라진 교회도 많이 보이고 전체적으로 어려워졌는데 교회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회복하는 데 쓰임 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