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는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에 관해 사업구조, 플랫폼 알고리즘 등 실질을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 시작을 알린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 쏘카가 “운전기사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운전기사들이 실질적으로 쏘카에 고용된 근로자라는 원심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타다는 쏘카가 2018년 스타트업 VCNC를 인수하면서 시작한 플랫폼 서비스다. 쏘카가 기사들에게 차량을 대여하고 기사는 VCNC가 운영하는 타다 앱으로 승객을 받는다. 기사들은 VCNC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고 파견이나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했다. VCNC는 2019년 7월 차량 수 감축을 이유로 A씨 등 기사 70여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A씨는 실질적으로 VCNC 감독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였는데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며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중노위는 쏘카를 사용자로 인정하고 계약해지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쏘카 측이 낸 행정소송에서 1심은 A씨가 쏘카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지만, 2심은 맞는다고 판결했다. 2심은 “A씨 업무 내용은 VCNC가 앱 등을 통해 만든 틀 안에서 정해졌다”며 종속된 상태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쏘카는 협력업체와 운전 용역 제공 계약을 체결해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공급받았지만, 임금과 업무 내용은 직접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도 계약 형식이 아니라 사업장에 종속된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업구조,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나 복수의 사업참여자가 관여하는 노무관리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근로관계의 실질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근무 형태가 다양한 플랫폼 업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이 다른 플랫폼 업체에 곧바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 사건에서 대법원이 진일보한 판결을 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노총은 “사실상 사용자 지위에서 지휘·감독했지만 노동법 적용을 회피해온 플랫폼 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근로기준법, 노조법을 개정해 노동자·사용자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