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25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대면보고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수사와 관련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 지검장도 “대검찰청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른바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둘러싼 대검과 중앙지검 간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지검장은 이날 대검 청사에서 열린 주례보고에 참석해 이 총장에게 김 여사 사건 등 수사 현안을 보고했다. 통상 매주 목요일 열리는 주례보고를 앞두고 이 지검장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었다. 대검과 중앙지검 간 갈등이 여진을 일으키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례보고에서 양측이 서로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갈등은 가라앉은 모습이다.
이 총장이 지난 24일 사표를 냈던 중앙지검 검사에게 직접 복귀를 당부하고, 진상파악 속도 조절을 지시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검찰 내부에서는 “확전을 막고 수사를 매듭짓기 위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태의 본질인 김 여사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총장이 한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지난 20일 김 여사 조사를 사후보고 받은 후 21일 늦은 밤까지 ‘사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야권에서 ‘검사 탄핵’ ‘검찰청 폐지’ 등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총장이 사퇴하면 안 된다는 전현직 검찰 간부들의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이날 명품가방 수사팀 검사들과 함께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으며 남은 수사를 잘 마무리하자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진상파악 절차는 여전히 변수다. 대검은 검사 개인 감찰까진 아니지만 사후보고 경위는 파악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수사팀은 김 여사 상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가 마무리된 지난 20일 오후 8시쯤 이 지검장에게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조사 개시를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오후 11시10분쯤 이 총장에게 김 여사 조사 사실을 보고했다.
대검은 총장 지휘권이 있는 명품가방 사건 조사 시작 이후에도 보고가 3시간가량 늦어진 경위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중앙지검은 명품가방은 조사 여부 자체가 유동적이었고, 경호처 부속청사는 보안 시설이라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반입할 수 없어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수사팀 검사들이 수사팀 보고와 총장 보고 시점에 공백이 있다는 데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팀이 이에 대해 이 지검장에게 불만을 표출하거나 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형민 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