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친한(친한동훈) 대 친윤(친윤석열)’ 싸움 양상으로 비화됐던 7·23 전당대회를 뒤로하고 ‘단합’을 띄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방송4법’ 발의,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시도 등 파상 공격을 가해오자 대오가 흩어졌던 여권에 되레 구심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전당대회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특검법 재표결) 의도는 전당대회 직후 남은 감정으로 우리 국민의힘이 분열할 것이라는 얄팍한 기대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얄팍한 기대가 착각이라는 걸 하나로 뭉쳐 보여드리겠다”며 “원내와 원외 모두 힘을 모아 달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특히 “저는 전당대회 내내 민주당 특검법을 강력히 비판해 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자신이 제안했던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전(臨戰) 상태에서 불필요한 분열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그는 “저희가 협치를 말한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부드러워지자는 말씀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 위협 세력에 대해선 지금보다 더 단호하게 대항해서 이기는 정치를 하겠다”며 “그런 싸움에서 몸 사린다는 소리, ‘웰빙정당’이라는 소리가 다신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내부에서는 “똘똘 뭉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거대 야권의 입법 공세 앞에 108석 소수여당인 국민의힘이 분열하면 안 된다는 현실적 인식이 재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전당대회 다음 날인 24일 곧바로 ‘삼겹살 만찬’을 갖고 ‘당정 일체’를 다짐한 데 대해서도 이런 위기의식이 커진 결과란 해석이 나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기대 이상으로 환대했다”고 전했다.
야권의 ‘입법 드라이브’가 여권의 전당대회 후유증을 조기에 봉합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몰아붙일수록 여권 내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더 희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 임기는 아직 3년 가까이 남았고, 한 대표도 초반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의 ‘화합’ 모습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08명 의원이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거대야당 독재에 단일대오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편한 구도를 형성했던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의원과 한 대표가 악수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한 대표가 “잘하겠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한 대표 어깨를 툭 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 4·10 총선 때도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공개 반발하며 한 대표와 대립한 적이 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