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사들이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또다시 큰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후 1년여 만이다. 소비자들도 피해가 막심하다. 정부는 25일 여행사를 포함한 입점업체·소비자 등의 미정산 금액이 1600억~17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업계에는 정산 지연에 따른 자금난에 줄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가 가장 큰 업종은 여행업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행업계는 항공권과 숙박 등 다양한 패키지 상품이 많은 만큼 거래액이 크고 여신거래(대출 대상의 신용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것)도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의 미정산 대금 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티몬·위메프의 여행 상품 관련 미정산금은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며 “큐텐 차원에서 정산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티몬·위메프의 대금 정산 가능성을 신뢰하고 못 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티몬·위메프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국 여행사들은 정산 일자를 못 박아두고, 해당 시한까지 정산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여행사도, 소비자도 피해자인 상황에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에는 정산 및 환불을 받지 못한 판매자·소비자 300여명이 몰려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가 잠시 멈추기도 했다. 상황 수습을 위해 경찰까지 출동했다.
여행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지금도 계속 힘든 상황인데 다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중소형 여행사들이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일단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전해야 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업계는 테러, 자연재해, 질병 등 대내외 이슈에 굉장히 취약하다”며 “그럴 때마다 정부의 어떤 지원이나 보호를 일절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의 ‘7개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정산대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약 5년간 선정산 대출 총액은 1조3000억원을 웃돌았다. 은행이 플랫폼 대신 먼저 소상공인 등에게 정산금을 선지급한 규모다. 플랫폼별로 보면 쿠팡 입점사의 대출이 가장 많고 두 번째가 위메프였다.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는 최대 2개월로 이커머스 플랫폼 중에서 가장 긴 편이다. 이달 판매자들이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5월 분이다. 6~7월 판매대금 정산도 불투명해진 가운데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영세 판매자들이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도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몬·위메프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조속한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설치, 집단 분쟁조정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가현 황인호 구정하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