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 20일 검찰 조사에서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윤석열 대통령이 알게 된 시점’을 묻는 검사 신문에 “서울의소리 취재 요청이 왔을 때”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가방 전달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이다. 검찰은 김 여사 진술과 확보한 증거 등을 종합해 가방 수수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 20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김 여사를 조사하면서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인지 시점을 물었고 김 여사는 “서울의소리 측에서 대통령실에 취재를 요청했을 때”라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은 가방 보관 경위도 확인했다. 김 여사는 가방을 받은 2022년 9월 13일 유모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입장이다. 가방은 2022년 11월 한남동 관저 이사 때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관저로 옮겨졌다고 한다. 김 여사는 가방이 반환되지 않은 사실을 서울의소리 취재 요청이 들어온 후 확인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행정관은 앞선 조사에서 다른 업무 때문에 깜빡해서 돌려주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김 여사의 진술대로면 윤 대통령이 이 사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늦어도 지난해 11월 중순으로 보인다. 서울의소리는 2023년 11월 27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재영 목사가 가방을 전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서울의소리 측은 영상 공개 2주 전쯤 대통령실과 김 여사 측에 각각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가방 전달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각종 민원을 한 시기와 시간적 거리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2022년 6월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요구했고, 4개월 뒤 김 전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에 관해 청탁했다고 주장한다. 그가 통일TV 재송출을 요청한 것은 2023년 7월이다.
뇌물수수 혐의는 공직자가 금품 수수 등을 배우자와 공모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직자가 한참 뒤 자신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뇌물수수를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의 경우 공직자 배우자의 처벌 규정은 없다. 다만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대통령실의 후속 조치에 관한 내용도 확인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사안을 인지한 후 ‘대통령실이 디올 가방을 넘겨받아 대통령기록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또 검찰 조사에서 검사들에게 “이런 자리에서 뵙게 돼 송구스럽다.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여사를 대리하는 최지우 변호사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 여사가 경위가 어찌 됐든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재환 이형민 신지호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