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5일 충분히 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감행했다. 국민의힘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지 이틀 만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특검법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명분’을 쌓으며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민주당은 ‘더 강한’ 특검법 발의를 예고하고 나섰다.
야권에서도 특검법 가결을 예측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여당에서 재의결에 필요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올 거란 조짐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을 재표결 시점으로 정한 데 대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가 이제 막 출범한 데다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은 지금 바로 반기를 들 가능성은 낮다”며 “더 시간을 두기보다는 국민의힘이 계속 특검법을 부결시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게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재의결 시점을 미룬 채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 특검’ 논의를 본격화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한 대표에게 내줄 수 있다는 거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특검법이 부결되자 즉각 재발의 방침을 밝혔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새로 제기된 의혹을 추가해 더 ‘센’ 특검법을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국정농단으로 볼 수 있는 의혹을 추가한 법안을 발의해 정부·여당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기존 채상병 특검법을 대체하는 ‘윤석열 수사외압 특검법’을 선제적으로 꺼냈다. 검사 출신 박은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채상병 특검법 수사 대상에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 등이 추가됐다. 새로 발의할 법안에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을 넣자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를 먼저 제안한 한 대표에게 ‘어떻게 받겠나’로 응수타진을 하는 동시에 여당 균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분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마찰음이 튀어나오고 있다”며 “우리가 원칙적으로 절차를 밟아나가면 상황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 공세 일변도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목표가 ‘진상 규명’이라면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을 먼저 협상하는 게 명분을 취할 수 있는 방향”이라며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민생이 아닌 정쟁만 밀어붙이는 건 ‘단세포적’ 전략 부재”라고 비판했다.
이날 무기명으로 진행된 재표결에서 최소 3표의 여당 내 이탈표가 나온 점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론으로 부결 방침을 정했음에도 이 사안에 대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무기명 투표에서 소신 투표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 한 대표 취임에 맞춰 민주당이 특검법 재표결을 감행한 것에 대해 여권 분열을 노린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동환 이종선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