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틀째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과 거센 신경전을 벌였다. 미리 준비해간 서면 자료를 양손에 들어 보였다가 “피켓 투쟁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사과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이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안을 두고는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시작된 이 후보자 청문회는 25일 오전 1시쯤 정회한 뒤 오전 10시를 넘겨 속개됐다. 문제의 장면은 이훈기 민주당 의원의 질의 도중 나왔다. 이 의원은 이 후보자가 MBC 임원으로 있던 당시 사측에 유리하고 노동조합에는 불리한 방향으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위키트리와 계약을 맺었다는 공세를 폈다. 또 ‘트로이컷’이라는 사찰용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 직원들을 감시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당시 MBC 내부망 사진을 양손으로 들어보이며 노조원들이 인트라넷을 해킹해 ‘콩밥’ ‘쥐 튀김’ ‘조인트’ ‘제철 음식’ 등 표현으로 경영진을 비하했다며 보안 강화 차원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가 발언을 멈춘 뒤에도 한동안 자료를 들고 있자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그것 내리시라. 지금 피켓 투쟁하시나”라고 핀잔을 줬다. 여·야 위원들까지 가세하며 확전된 사태는 10분 넘는 실랑이 끝에 이 후보자가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일단락됐다.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등 향후 방통위 운영 기조와 관련해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MBC의 편파 보도를 바로잡을 방법이 있냐’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MBC 경영진 선임은 방송문화진흥회에 달려 있다”며 “MBC의 편향성을 시정할 수 있는 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이날 당론으로 발의한 이상인 직무대행 탄핵안과 관련해선 우려를 표했다. 이 후보자는 “이 부위원장이 탄핵당한다면 내가 임명되더라도 ‘1인 방통위’가 될 수밖에 없다. 한 부처의 업무를 완전히 마비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는 다만 ‘극우 사관’ 비판에 대해선 “5·18민주화운동 특별법을 준수하며 그 뜻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과거 페이스북에서 공감 표시를 눌렀던 게시글에 ‘홍어족’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선 “그 표현을 아주 혐오한다”며 “지인 글에 무심코 ‘좋아요’를 누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