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세법개정안에 담은 상속세 개편안은 지난 25년간 물가와 부동산 가격 급등에도 제자리였던 상속세를 현실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서울의 웬만한 지역 아파트를 상속해도 상속세를 물지 않게 된다. 정부는 총 8만3000명이 약 4조원의 상속세 경감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는 200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2배 이상 늘고, 물가는 80% 오른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에 육박해 웬만한 아파트 한 채만 물려줘도 상속세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억9967만원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일본(55%)에 이어 2위인 현실도 감안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년간 전반적인 국민 자산 수준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중산층, 특히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괄공제 상향 대신 다자녀 공제 확대에 초점을 뒀다. 가령 상속재산 17억원,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인이라면 현행 최대 10억원인 공제액(배우자 공제 5억원 가정)은 17억원으로 늘어난다. 17억원 아파트를 상속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 상속재산이 25억원으로 늘 경우 상속세는 현행 4억4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으로 2억7000만원 줄어든다. 이 경우 자녀가 3명이면 상속세는 4000만원으로 4억원 준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기존엔 자녀가 1명이든 6명이든 일괄공제는 최대 5억원이었다”고 했다.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공식화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 투자 등으로 얻은 5000만원 이상 수익에 최대 27.5%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제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에 신음하는 국내 증시가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반영했다.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도 2027년까지 2년 더 유예한다. 대신 증권거래세율 인하(0.18→0.15%)는 예정대로 시행한다.
가업상속·승계 공제 대상도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밸류업·스케일업 우수 기업은 가업영위기간에 따른 공제 한도를 기존 300억~600억원에서 600억~1200억원으로 2배 늘린다. 특히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공제한도 자체를 없애 가업상속공제 대상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