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8주 연속 오르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 폭은 10주 연속 확대돼 5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비(非)서울’ ‘비(非)아파트’는 침체를 거듭 중이다. 지방 아파트값은 올해 단 한 번도 오르지 않고 하락 추세고,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장도 급격히 냉각하면서 경매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18일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 7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보다 0.30% 올랐다고 밝혔다. 0.30% 상승은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최대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지난 5월 둘째 주(0.03%) 이후 10주 만에 10배가 됐다.
부동산원은 “서울은 선호지역 중심으로 거래량이 급등하고 시세 상승도 지속되면서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매도 희망자 다수가 매도를 보류하며 관망하기 시작하면서 매물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도 전주 대비 0.15% 상승하며 한 달째 상승 폭을 키웠다. 인천은 0.14%, 경기는 0.08% 상승하며 각각 13주, 8주 연속 올랐다. 특히 인천은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2배 올랐는데, 서구(0.35%)가 당하·원당동 위주로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지방은 지난주 대비 0.03% 하락했다. 전주(-0.04%)보다 하락 폭을 줄였지만, 지난 5월 셋째 주(보합)를 제외하면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올해 누적 1.19% 하락했다. 특히 세종( 5.30%) 대구( 2.96%) 부산( 1.92%) 등의 누적 하락률이 높았다. 하지만 서울은 누적 1.51% 상승하며 서울-지방 격차가 커지고 있다.
서울도 비아파트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4259건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역대 최다(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2021년 2분기 1000여건 수준에서 빠르게 늘어나며 2022년 4분기 2000건을 넘었고, 지난해도 분기별로 2210→2733→2911→3881건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빌라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거래 절벽 상황에서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하락하며 경매 매물이 늘어난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빌라 전셋값이 높았던 2021~2022년에 계약한 물량이 만기를 맞고 있다”며 “세입자들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경매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깡통 전세 문제도 해결이 안 돼 경매가 줄어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든든전세주택’ 사업(HUG가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주변 시세 대비 90% 수준의 전세보증금으로 최대 8년 거주할 수 있게 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해 빌라 경매 낙찰률은 20%대로 개선된 모습이다. 2023년에는 전분기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