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회엔 전도사 등 부교역자 수만큼의 ‘평신도’ 간사가 활동한다. 직업이 있지만 교육 등 필요한 영역을 맡아 헌신하는 자비량 사역자들이다. 이런 운영 방식은 이 교회의 목회 철학과 맞닿아 있다. 경기도 용인 아름다운우리교회(Our Beautiful Church·OBC) 목양실에서 최근 만난 담임 이동훈(50) 목사는 “하나님의 제자가 된 성도 한 명 한 명이 실제로 일하는 공동체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2007년 2월 청년 18명으로 시작한 OBC는 유럽에 또 다른 OBC를 세우며 역선교를 실천하고 있다.
성도가 직접 움직이는 교회
주일예배 등이 드려지는 OBC 본당에는 영어로 ‘디사이플십 오브 더 멤버스. 어파슬십 오브 더 디사이플스(Discipleship of the members. Apostleship of the disciples)’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모든 성도가 하나님의 제자가 되고 더 나아가 실제 말씀을 행하는 믿음의 사도가 되라는 권면이다.
슬로건대로 OBC는 성도들의 열정으로 남다르다. 특히 한국교회의 문제이자 화두로 떠오른 다음세대의 움직임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170여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성도 중 절반가량이 평일 수요일과 금요 철야 예배에 참석한다. 용돈을 쪼개 십일조를 드리는 학생도 많다. 이 목사는 “방향성과 동기만 확실히 주어진다면 그 어떤 세대보다 헌신하는 게 요즘 세대”라며 “신앙생활로 아이들의 삶이 먼저 달라지니 부모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OBC 부교역자 중 상당수가 이 교회 성도인 점도 눈길을 끈다. 현직 교사나 글로벌 기업 직원 등이 교회학교 지원이나 문화 사역 등 사역을 직접 감당한다. 찬양 사역자도 평일엔 다른 일을 한다. 이 목사는 “다음세대를 키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받은 은혜를 기꺼이 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설교로 제자훈련… ‘코칭 설교’ 목표
성도가 움직이는 교회를 위해 이 목사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말씀 훈련이라고 했다. 그는 새 가족뿐 아니라 구역장, 임직자 등을 위한 다양한 교재를 직접 썼고 이들이 각기 다른 교육 과정을 받도록 한다. 이 목사는 “복지 제도나 좋은 시스템이 교회에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성도 개인이 말씀과 만나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지 않으면 신앙이 성장하지 않더라”는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또 설교를 통해 성경을 가르치는 ‘코칭 설교’를 강조한다. “검증이 안 된 예화 설교는 지양하려 한다”며 “철저하게 말씀을 풀어 설교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특히 한창 공부할 시간을 빼서 예배를 드리러 오는 학생들을 위해 청년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를 더 꼼꼼히 챙겨본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IT 벤처 기업을 운영하면서 신학을 공부했다. 대학 캠퍼스 사역 중 목회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중고차 1대를 판 돈으로 제자 18명과 어렵사리 개척한 교회는 현재 850명이 함께 예배드리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이 목사는 “교역자뿐 아니라 성도에게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권한을 나눠주고 교회 간 수평 이동으로 만나 서로 다른 신앙의 색깔을 맞춰가고 있다”고 했다. 교회 5층인 옥상 목양실 옆엔 성도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야외 정원이 꾸며져 있다. 캠핑장에서 볼 법한 몽골 텐트와 바비큐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유럽 교회…12개국 선교회’
OBC는 같은 이름으로 필리핀 이탈리아 독일 등 해외에 지교회 3곳을 두고 있다. 이 목사는 “예루살렘교회처럼 흩어져 교회를 세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용인의 OBC가 센터 처치이자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과 2011년 각각 설립된 필리핀OBC, 이탈리아OBC에는 현재 성도 250명, 50여명이 출석한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세워진 1년 차 OBC엔 10여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목사는 유럽 문화 사역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순간을 언급하며 그때의 감격이 떠오르는 듯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중창단을 꾸려 버스킹을 한 적이 있어요. 유럽은 빵을 준다고, 강력한 메시지로 설교한다고 해서 사람이 모이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이들이 공연을 하니까 순식간에 500명이 모이더라고요. 신앙으로 훈련된 성악가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성령의 임재를 느꼈다 싶었어요. 현지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회심하는 장면을 보고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유럽에 지교회를 설립하는 것을 계기로 이 목사는 지난 8년여간 유럽 유학생 선교회인 코스테(KOSTE) 주 강사로 활동하며 청년 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OBC선교회에서도 세계화 열망이 엿보였다. 교회는 선교회를 12개국으로 나누었다.
이 목사는 “성도가 원하는 나라를 마음에 품고 기도하며 그곳에 교회를 세우는 것까지 자발적인 사역을 기본으로 한다”며 “성도님들이 현지 선교사에 직접 연락해 상담하고 전략까지 짜는 모습을 보고 ‘초대교회의 모습’이라며 감탄한다”고 했다.
용인=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