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5조원을 넘겼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SK하이닉스 실적 효자인 HBM 부문은 지난해보다 300% 이상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영업적자로 고전했지만 빠르게 이익 폭을 확대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강세와 함께 D램과 낸드 제품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다. 특히 HBM 매출은 1년 전보다 250% 이상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인 HBM3E의 출하량이 올해 SK하이닉스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에는 HBM3E가 HBM3의 출하량을 크게 넘어서고, 전체 HBM 출하량 중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HBM3E 12단 제품은 이미 주요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했고, 계획대로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4분기에는 고객에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BM3E 12단 제품 공급량은 내년 상반기 중 8단 공급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낸드 플래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와 모바일용 제품 위주로 판매가 늘었다. 특히 eSSD는 1분기보다 매출이 약 5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동안 D램에 국한됐던 AI 관련 수요가 스토리지(저장장치) 영역으로 확산하면서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eSSD 수요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낸드 제품 전반에 걸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세가 지속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온디바이스 AI를 지원하는 새로운 PC와 모바일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면 여기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 판매가 늘어날 전망이다. 역대급 실적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임직원들에게 올해 상반기 생산성 격려금(PI)으로 월 기본급의 1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