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엔 지역과 문화적 특성, 규모와 재정, 특화된 사역 등에 따라 다양한 공동체가 있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대표 홍민기 목사는 25일 “상황과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교회가 당장 분립 개척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 건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을 하는 것처럼 작은 공동체일수록 ‘로드십’(Lordship·하나님만이 주인이심)을 갖추기 위해 편안함과 안정 대신 불편함과 준비된 흩어짐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립 교회에 성도를 파송하는 담임 목회자와 개척 교회로 둥지를 옮기겠다는 성도들의 결단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분립 개척 교회를 이끌어 갈 목회자의 역할이 가장 크다. 개척과 마찬가지로 분립할 때 역시 교회의 정체성과 그 정체성을 필요로 하는 성도, 지역 환경 등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홍 목사는 “‘플랜팅 시드’를 통해 강조한 것처럼 담임 목사로서 핵심 가치를 정하고 예배를 디자인해 고유의 설계도를 그리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설계도의 핵심 중엔 ‘강점의 극대화’가 포함돼 있다. 그는 “약점을 극복하려고 하면 극복해 내도 중간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강점을 극대화하면 특별한 사역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일 분립 개척한 라이트하우스 홍대의 경우 노원경 목사의 강점인 ‘청년 일대일 양육과 소그룹 사역’이 접목됐다. ‘홈 스위트 홈’이란 이름으로 청년들을 심방하고, 매일 오전 6시 유튜브 라이브 예배 ‘샤이닝 모닝’을 진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노 목사는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청년이 많은 만큼 심방을 꾸준히 하면서 그들이 일상 속 기도제목을 발견하는 모습을 볼 때 감격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찬양 인도 경험을 쌓은 임희원 목사는 라이트하우스 양산으로부터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증산역(부산지하철 2호선) 앞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버스킹예배를 드린다. 임 목사는 “1시간 남짓 버스킹을 하면서 행인이 영상을 찍어 가거나 ‘잘 들었어요. 힘내세요’ 같은 응원 메시지를 전해줄 때 뭉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3년 전 사회복지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부모·조손 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돕는 실습을 했을 때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이 있다”며 “성도들과 함께 지역에 필요한 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꿈을 그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분립 개척교회 성도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 또한 ‘로드십’과 맞닿아 있다. 홍 목사는 “개척교회가 세워진 뒤 2~3년이 되면 목회자든 평신도든 보상 심리가 발동하면서 ‘내가 고생했다. 내가 주인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이 팽창한다”며 “공동체의 핵심 동력이 개척 멤버에 있지만 역설적으로 개척교회의 가장 큰 위협 요소 또한 개척 멤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체 규모를 떠나 성도가 교회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은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다. 특히 지역과 사회에 도움을 주는 공동체란 인식은 성도들의 신앙과 결속을 견고하게 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복지, 사회기여 활동 등은 규모가 큰 공동체에 국한된 영역으로 생각하는 교회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가 ‘긍휼’에 대한 지향점을 구현하는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핵심은 ‘단독’과 ‘직접’이 아니라 ‘연대’와 ‘간접’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들은 ‘라이트하우스 머시(mercy)’란 이름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교회가 직접, 단독으로 손길을 내밀기보다는 해당 활동을 잘하고 있는 기관과 함께한다.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싶을 땐 한국해비타트에 봉사활동을 신청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고, 아프리카의 식수 위생 문제를 지원하고 싶을 땐 월드비전이 진행하는 글로벌 하이킹 캠페인에 참여해 깨끗한 물을 지원하는 식이다.
임형규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목사는 “교회가 모든 걸 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고 연대할 만한 다른 교회, NGO, 공공기관 등에 시선을 돌리면 성도들과 훨씬 많은 선교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